1995년부터 30년 넘게 맹수와 동고동락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포획되며 '국민 늑대'로 떠오른 가운데, 늑구를 키운 담당 사육사가 2000년대 초반 사자와 호랑이를 고양이처럼 다루던 '전설의 맹수 사육사' 문진호 씨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X(옛 트위터)에서는 "사자 위에 앉아있던 그 아저씨가 늑구 아빠라고?"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20년 전 지상파 TV에서 맹수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육사가, 현재 늑구를 돌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은 것이다.

문진호 사육사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이다. 당시 대전동물원(현 오월드)은 국내 최초로 사람과 사자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프로그램 '사자동산'을 운영했다. 당시 33세였던 문 사육사는 생후 8~10개월 된 사자 7마리에게 우유를 먹이고, 공놀이와 물놀이를 함께 하며 관람객에게 사자의 생태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2005년에는 KBS '주주클럽'에 출연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방송에서 문 사육사는 호랑이에게 물놀이를 시켜주고, 사자 무리 한가운데 앉아 장난을 치며, 싸우는 개체를 훈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사자 무리 안에서 자신이 최고 서열로 자리 잡았고, 호랑이는 자신을 부모처럼 인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해당 유튜브 동영상은 7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문 사육사는 이 같은 교감이 가능했던 이유로 '순치'를 꼽았다. 어미가 돌보지 못하는 새끼를 직접 인공 포육하면서 가족과 같은 유대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제 손으로 키우다 보니 자식 같아지고, 그렇게 대하다 보니 믿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다만 위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부터 사자 사육을 담당한 문 사육사 역시 사자에게 물려 2주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진호 사육사는 1995년부 사육사로 일하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 대전 오월드에 입사한 이후 2026년 현재까지 같은 동물원에서 맹수를 담당하고 있다.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다만 사육 방식에는 변화가 있었다. 과거처럼 맹수 우리 안에 직접 들어가 먹이를 주는 합사 방식은 더 이상 시행되지 않는다. 현재는 위에서 먹이를 던져주거나 창살 틈새로 급여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문 사육사는 집게 대신 맨손으로 먹이를 주고, 창살 너머로 호랑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등 직접적인 교감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담당했던 수십 마리 맹수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양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문 사육사는 항상 "동물들이 평균 수명 이상으로 살게 해주는 것이 사육사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문 사육사의 담당 동물은 사자와 호랑이에서 한국 늑대로 확대되었다. 시베리아 호랑이 사육도 병행하고 있지만, 늑대 사육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2021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 사육사가 먹이를 들고 늑대 우리 안에 들어가자 한국 늑대들이 꼬리를 내리고 손을 핥으며 다가왔다. 늑대가 순한 편이어서 우리 안에 직접 들어가 손으로 먹이를 줄 수 있었다고 한다.
2024년 1월 오월드에서 태어난 수컷 한국 늑대 '늑구' 역시 문 사육사가 돌봐온 늑대 가족의 일원이다. 늑구는 부모, 남동생과 함께 늑대 사파리에서 무리 생활을 해온 인공포육 개체로, 문 사육사의 관리 아래 성장했다.

지난 4월 8일 오월드 늑대 사파리에서 철조망 아래를 파고 탈출한 늑구는 9일간 오월드 주변 야산을 돌아다녔다. 열화상 드론과 마취총, 수색대가 동원되었으나 포획에 난항을 겪었다. 그 사이 온라인에서는 늑구의 위치를 추적하는 웹사이트가 등장하고, 밈 코인이 만들어졌으며, 대전의 한 빵집에서는 하루 50개 한정 '늑구빵'이 오전에 전량 매진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 과정에서 늑구의 담당 사육사가 문진호 씨라는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호랑이 물놀이 시켜주고 사자를 방석처럼 쓰던 그 사육사가 늑구 담당"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확산되면서 20년 전 방송 영상이 다시 대량 조회됐다.

문진호 사육사는 30년간 사자, 호랑이, 늑대를 거치며 수많은 맹수를 돌봐왔다. 과거 함께 생활했던 동물 대부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같은 자리에서 새로운 동물들을 맡아 돌보고 있다.
늑구 사건을 계기로 20년 만에 대중의 기억 속에서 소환된 문 사육사는, 사실 한 번도 현장을 떠난 적이 없었다. 대전 오월드에서 가장 오래된 맹수 담당 사육사로서, 지금도 동물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