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전쟁·반도체가 순위 갈랐다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사실상 매일 판이 뒤집혔다. 순위표가 한 번도 바뀌지 않고 버틴 기간이 최장 4거래일에 그쳤을 정도로, 나머지 상위권 자리는 수시로 주인이 바뀌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총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각각 1위와 2위를 지켰다. 그 밖의 여덟 종목은 업황 변화와 대외 변수에 따라 순위가 오르내리며 상위권 판도 변화를 주도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피 시총 상위권 순위는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줄곧 1위를 지켰고, SK하이닉스는 2022년 한때 4위까지 밀렸지만 이듬해 2위를 되찾은 뒤 3년째 그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수년간 각각 3위와 4위를 유지했다.
상위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현대차(5위→3위)다. 1월 19일 하루 만에 16.2% 급등하며 3위에 안착했다. 이때 수년간 3위 자리를 지켜온 LG에너지솔루션은 4위로 밀려났다.
현대차의 분기점은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다. 이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이후 현대차그룹 전체가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AI·로보틱스 기업’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7일 종가 기준 현대차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80.2%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순위 변동폭(최고 5위↔최저 11위)이 가장 큰 종목이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3월 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4% 급락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8% 상승하며 ‘전쟁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후 중동 정세에 따라 순위 등락을 반복하다 최근 미-이란 협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5위에서 7위로 밀렸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약 20%를 보유한 ‘반도체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7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스퀘어는 반도체 주도력 확산 수혜주로 구분해야 한다”며 “3월 31일 이후 반도체 반등 구간에서만 코스피 상승에 7.0%포인트를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위에서 시작해 7위까지 밀렸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성장성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수익률은 부진한 상황”이라며 “수주 공시 건수가 감소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관심이 코스닥 바이오텍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0위권의 문턱에서는 기아, HD현대중공업, KB금융의 ‘삼파전’이 벌어졌다. 그러다 최근 HD현대중공업(6위→11위)이 이 경쟁에서 밀려났다. 현대중공업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0.98%에 그쳤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톱2’가 주도하는 코스피 이익 추정치 상향 랠리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섹터에서는 종목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이란 사태 등 대외 변수의 전개 방향에 따라 대형주 사이에서도 수혜 및 피해 업종 간 극심한 순환매가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