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법정에서 영업비밀 공개하기도...법조계 "알음알음 판결문 구하는 문화 없애야" [닫힌 판결문 ③]

입력 2026-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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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4-15 17:03)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해외는 원칙적으로 판결문 공개…한국은 '영업비밀' 폭넓게 인정
전문가들 "어떤 영업비밀인지 알 수 없어...접근성 개선해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지방법원. (이투데이DB)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지방법원. (이투데이DB)

본지가 취재한 구글 사건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판결문 열람이 제한되는 사례가 이어지지만, 해외에서는 원칙적으로 판결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미국 연방대법원은 선고 24시간내에, 영국 대법원은 일주일내 모든 판결문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결 정보의 ‘폐쇄화’를 막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전향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기업이 영업비밀이라고 비공개를 요청해도 재판부가 거절해 심리 과정에서 드러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재판에서 구글과 애플 측은 수익 배분 계약 조건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심리를 맡은 제임스 도나토 판사는 "이곳은 미국의 법정으로, 밝은 조명 아래서 공개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며 "'이 문제가 민감하다'고 말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이 자신들에게 '민감한 정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2018년, 7년 만에 마무리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심리를 맡았던 루시 고 판사 역시 자사의 일부 제품 매출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판례가 법적 판단의 1차적 근거가 되는 '판례법주의'를 택하는 영미법계 국가는 판결문을 비교적 폭넓게 공개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판결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모든 판결문이 원문 그대로 공개된다. 판결문에 나온 소송 당사자 실명, 재판 과정에 제출된 각종 서류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주 법원도 대부분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국가안보, 미성년자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가 필요하면 별도의 비공개용 판결문을 작성하기도 한다.

영국도 대법원 판결을 선고 이후 일주일 내로 홈페이지에 올린다. 소송 당사자의 이름 등 개인정보도 원문 형태로 제공된다. 캐나다 역시 캐나다법률정보연구소(CanLII) 사이트를 통해 대부분의 판결문이 공개돼 있다.

반면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는 선례적 가치가 있는 중요 판결을 위주로 공개한다. 성문법주의란 문자로 기록된 법률을 재판의 가장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근거로 삼는 법체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이에 속한다.

▲미국 연방 대법원. (AP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 (AP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같은 성문법 체계의 국가들과 비교해도 판결문 공개에 유독 폐쇄적이다. 인터넷 판결문 열람을 위해선 사건번호를 알아야 하고, 모든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법원도서관 방문은 변호사, 공무원, 기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전문가들은 판결문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심리 과정 자체가 이미 공개돼 있는데 결과물인 판결문이 비공개되는 건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기업의 어떤 영업상 비밀을 보호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주백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 법원은 기업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면 이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이 법학의 발전은 물론 재판의 질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고 했다.

이어 "판결문이 투명하게 공개돼 접근성이 좋아지면 전관예우에 대한 감시·감독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현재는 판사들만 공유하는 판결이 많고 국민, 변호사, 교수는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막혀 있는 실정"이라며 "사법부의 자발적인 개선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모든 판결을 공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판사 등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만이 알음알음 판결문을 구해서 보는 실태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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