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포괄임금 폐지' 입법 논의 속도

고용노동부가 8일 발표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지침’은 임금 산정 및 신고·감독사건 처리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에서 근로자 권리를 침해하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행정력으로 근절하겠다는 기본 원칙에 대한 선언적 성격을 띤다. 이번 지침을 계기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포괄임금제 제한ㆍ금지 입법 절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근로기준법 틀 내에서 실제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산정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임금에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등을 포함하는 것은 연차유급휴가 권리 포기를 전제로 한 임금체계로, 근로자의 휴식권을 제약하는 것인 만큼 정당한 포괄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퇴직급여를 임금에 미리 포함하는 것도 ‘퇴직급여는 근로관계 종료를 요건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임금에 포함된 퇴직급여는 퇴직급여로서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정당한 포괄임금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상 제수당에 포함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실제 근로시간을 기초로 산정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보다 적다면 그 차액을 체불임금으로 판단하고 해당 집무규정에 따라 처리한다.
모두 현행 근로기준법과 기존 판례에 따른 해석·처리로 지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포괄임금은 법적 근거가 아닌 판례로 필요성이 인정된 ‘관행적 임금체계’인 만큼 노동부는 포괄임금 대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계산 특례제도 활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당사자 간 합의로 약정됐고 실질적으로 ‘근로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포괄임금은 시정 대상이 아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약정된 수당이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수당보다 많다면 근로자의 불이익이 아니므로 당사자 간 약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그 점은 판례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당사자 간 합의가 있었어도 법을 위반해선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포괄임금체계를 뒤흔들 결정타는 입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를 제시했다. 이후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포괄임금 계약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포괄임금제가 법으로 금지되면 기존에 노사 합의에 의해 운영하던 기업들도 임금체계를 뜯어 고쳐야 한다. 주된 근로 장소가 사업장 밖이고 근무가 불규칙한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을 측정하는 데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들도 포괄임금 전면 금지·제재부터 예외사유 허용까지 내용이 상이하다. 지난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포괄임금 관련 법안들을 논의했으나 의견을 정리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일률적 포괄임금 금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 간 입장차가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며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경직성을 강요한다는 반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임금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인정된다”며 “다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임금은 오남용이 심한 만큼 이를 시정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