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압박’ 지상파, 중계협상 미온적
실효성 없는 법 규정 폐지 검토해야

지난 2월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해 어려움을 겪었던 jtbc가 6월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지상파방송사에 재판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막후에서는 중계 비용 협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법적·정책적 지원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코리아 풀’을 제치고 2032년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계약해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했던 jtbc에 절박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019년 jtbc의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독점 계약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과도한 중계권료도 문제지만, 유료방송 채널인 jtbc가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컸다. 하지만 jtbc는 전체 국민 90% 이상이 IPTV(인터넷방송) 같은 유료 방송을 통해 시청하고 있어, 독자적으로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로 규제 기구 승인을 받았다.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란 누구나 최소 비용으로 평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우리 방송법 제2조에도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규정하고, 시행령에서 “올림픽이나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월드컵의 경우에는 국민 전체 가구 수의 100분의 90 이상의 가구가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하는 것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 규정이 신설된 것은 2003년 SBS가 다년간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고 단독 중계하면서 킬러 콘텐츠로 활용했던 것 때문이다. 대형 스포츠 중계권 독점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방송법에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추가하고, 제공 가능한 시청 가구 수를 정한 것이다. 즉, 보편적 시청권은 시청자의 권리를 보장한 것으로 반대로 방송사에는 의무가 된다. 문제는 기준인 시청 가능 가구수가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는 지상파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직접 방송 수신 가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어떤 유료 방송 채널도 보편적 시청권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도 충분히 실현가능한 조건이다. 이미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중계권 역시 글로벌 OTT들의 입김이 점점 커지고 있다.
jtbc의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독점은 현행 방송법의 ‘법 지체(legal lag)’ 틈새를 이용해 방송사의 의무인 시청권을 상업적 권리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확보한 대형 스포츠들이 더 이상 상업적 이익을 보장하는 킬러 콘텐츠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여기에 미디어 시장 주도권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이전하면서 전통 미디어의 마켓 파워도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지난 밀라노 동계올림픽 중계권 계약을 거부하면서, jtbc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올림픽 분위기 조성에도 애를 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달 앞둔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 팀 예상 성적도 그렇고, 무엇보다 지상파방송사들이 심각한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중계권 협상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공동 중계를 법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 논리는 역설적으로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언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독점 중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가, 이제는 모든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공동 중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권리를 포장하는 논리로 이용되었던 보편적 시청권을 다시 방송사의 의무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그때 그때 달라요”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게 보편적 시청권을 보편적 접근권(universal access) 개념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방송사업자들에 아전인수격으로 인용되고 있는 실효성 없는 법 규정 자체를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