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관·ETF 자금 유입 창구 확대
용인 클러스터·HBM 투자 대응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하며 글로벌 자본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증시에 머물렀던 자금 조달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기관투자자와 반도체 지수 추종 자금까지 흡수하는 전략적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 조달 규모는 약 12조~15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율(20.5%) 유지를 전제로 할 경우 실제 신주 발행 비율은 약 2.5%(180만 주 이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ADR 추진을 단순한 해외 상장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ADR을 통해 미국 기관투자자와 달러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반도체 지수 추종 패시브 자금 유입이 동시에 가능하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편입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SOX는 글로벌 반도체 대표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로 편입 시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가 크다. 국내 증시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기존 투자자 구조가 글로벌 반도체 투자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미국 경쟁사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시장 상장을 통해 새로운 투자 수요가 유입될 경우 기업가치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메모리 기업과 비교하면 밸류에이션 격차는 뚜렷하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집계 기준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SK하이닉스가 5.9배 수준인 반면 마이크론은 7.8배, 샌디스크는 17.6배에 달하며 글로벌 평균은 8.9배로 형성돼 있다.
이번 ADR 추진은 글로벌 인공지능(AI)투자 자금을 직접 유치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차세대 메모리 선제 투자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AI 메모리 수요 대응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진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에 총 31조원을 투입해 생산기반을 조기 확보한다고 밝혔다. 1기 팹에 대한 신규 시설투자비 약 21조6000억원을 2030년 12월 말까지 집행하기로 했다.
차세대 공정 전환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네덜란드 ASML로부터 EUV 노광장비(스캐너)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총 취득 금액은 약 11조9497억 원으로, 6세대(1c)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AI 메모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DR 기준가는 국내시장에 상장된 본주에 환율과 ADR 교환 비율을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수요를 예측하는 만큼 현시점의 사업 전망을 반영한 가치평가가 이뤄져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해외 신주 발행 방식 ADR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자사주 매입 시 소각 의무화’ 조항 등 제도 변화 흐름에 부합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주 발행 방식 ADR 추진은 정책 방향에 부합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