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4일 발표한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주거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인구 감소 국면에 진입했으며, 향후 수십 년간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감소는 주택 수요 축소로 이어지며, 이에 따라 주택가격은 중장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연구에서는 최근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기 어려우며 2035년 전후 하락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가격 조정에 그치지 않고 임대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나라 특유의 전세제도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유지되는 구조인데, 인구 감소로 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할 경우 전세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주인이 매매차익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선택하면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구조다.
실제로 임대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전세 비중은 2020년 이전 60%대에서 2022년 50%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5년에는 40%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문제는 정부 주거정책이 여전히 전세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현재 주거정책은 크게 주택 공급과 수요자 지원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수요자 지원은 주택구매 및 전세자금 대출 등 주거금융에 집중돼 있다. 2024년 기준 주택구매 및 전세자금 관련 융자와 이차보전에 13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등 금융지원 비중이 압도적이다.
특히 주거금융 내부에서도 전세자금 대출 비중이 높다. 주택도시기금 운용 실적을 보면 융자지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전세자금 대출에 사용되고 있어, 정부 주거복지 정책의 핵심이 전세제도 유지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월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임차료 직접 지원이나 주거급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정책 구조가 현실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세제도 유지에 대한 정책적 개입도 강한 수준이다. 청년, 신혼부부, 신생아 가구 등 대상별로 세분된 전세자금 대출 상품이 운영되고 있으며, 금리 역시 연 1%대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 보증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등 공공보증까지 결합하면서, 전세시장 안정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다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시장 구조 변화가 이어지면 이러한 정책 틀은 지속할 수 있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세 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세 중심 금융지원은 정책 효과가 점차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춰 주거정책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세 중심 금융지원에서 벗어나 월세 중심 임차가구에 대한 직접 지원 확대, 공공임대주택 공급 강화, 취약계층 주거복지 확대 등으로 정책 축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흠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거래 감소가 지속할 경우 주거정책의 전반적인 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임대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