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입셀‧바이젠셀‧테라베스트 개발

일본이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 치료제를 승인하면서 재생의료 상업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소수 환자 임상 데이터만으로도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일본의 규제 체계가 혁신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는 모델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 재생의료 산업의 경쟁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iPSC를 이용한 재생의료 제품 2종의 제조·판매를 승인했다. 승인된 치료제는 오사카대학 벤처 쿠오립스가 개발한 중증 심부전 치료제 ‘리하트’와 스미토모파마가 개발한 파킨슨병 치료제 ‘암체프리’다. 두 제품 모두 iPSC에서 유래한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로 세계 최초 승인 사례다.
이번 승인은 일본이 운영 중인 ‘조건부·기간 제한 승인 제도’에 따라 이뤄졌다. 해당 제도는 혁신 치료제를 신속하게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기존 임상시험보다 적은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한 뒤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중증 심부전 치료제 리하트는 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승인됐고 파킨슨병 치료제 역시 7명 환자 데이터를 통해 허가받았다.
다만 조건부 승인은 최종 허가가 아닌 임시 승인에 가깝다. 기업들은 판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추가 임상을 통해 치료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승인 이후 최대 7년 동안 임상 데이터를 추가 확보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후 정식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앞으로 리하트는 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암체프리는 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규제 체계는 재생의료 산업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거나 임상 설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존 대규모 임상시험 방식으로는 상업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규제 문턱을 낮추고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규제 혁신이 글로벌 재생의료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재생의료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 지원과 규제 완화를 병행하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인접 국가에서 긍정적인 사례가 나와 관련 기업들의 연구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발전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iPSC 기반 치료제 개발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입셀은 골관절염 치료제 ‘뮤콘(MIUChon)’을 개발 중이며 현재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 중이다. 환자 3명에 투여는 완료한 상태다. 바이젠셀은 관계사 테라베스트와 공동으로 iPSC 기반 동종 CAR-NK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교모세포종 치료제 ‘VC302’와 간세포암 치료제 ‘VC420’의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VC302’는 올해 전임상 완료 후 내년 상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규제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생의료 치료제 승인을 위해 비교적 큰 규모의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상업화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지현 입셀 대표는 “이번 일본 사례는 단순히 제품이 허가됐다는 의미를 넘어 iPSC가 상업화 가능한 치료 플랫폼으로 규제당국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상징성이 크다”며 “투자, 파트너링, CDMO, 세포원료은행, 품질관리 등 전반에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iPSC 임상 수행 역량과 병원 인프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임상연구 승인과 안전성 결과 확보로 임상 진입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일본처럼 장기간 축적된 국가 전략과 생태계 연결이 부족한 점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를 위해서는 전략적 질환 선택, 병원 주도 연구 확대, 규제와 임상 공동 설계, 공용 인프라 투자, 글로벌 허가 기준을 충족하는 데이터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