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시장 개방 기대에 거래소별 선점 경쟁 본격화
금융당국, 매도 우선 허용하는 3단계 로드맵 검토

두나무와 빗썸의 사업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황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거래대금 감소로 실적 둔화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주요 거래소들은 법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서비스 정비와 영업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빗썸은 이달 말 사업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외부감사 대상 법인으로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가 있어, 공시 의무가 없는 다른 비상장 원화거래소들의 실적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황은 전년보다 다소 둔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총 거래금액은 약 1조5150억달러로 2024년보다 17.2% 줄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총매출 대부분을 거래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거래대금 감소가 실적 둔화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거래소별 시장점유율 변화와 수수료 정책, 비용 구조 차이 등에 따라 실적 감소 폭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거래 위축은 올해 들어 한층 두드러졌다. 올해 1~2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총 거래액은 163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58.8% 감소했다. 3월 집계가 남았지만, 단기간에 거래가 급반등하지 않는다면 1분기 전체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감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거래소들은 법인 투자자 유치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될 경우 약 3500곳으로 추산되는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이 잠재 수요군으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거래소별 움직임도 빨라졌다. 업비트는 지난해 12월 법인 고객 세미나인 ‘업비트 비즈 인사이트 2025’를 열고 기업 전용 서비스 ‘업비트 비즈’를 출범했다. 빗썸은 대량 주문을 지원하는 TWAP 적용 플랫폼을 확대했다. TWAP와 같은 분할매매 기능은 변동성 관리 측면에서 일반 이용자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에게도 활용도가 높은 전략적 거래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빗썸 비즈 콘퍼런스 2025’를 열기도 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12월 법인 고객 전용 서비스 페이지 ‘코인원 BIZ’를 열었다. 코빗은 지난해 7월 법인 서비스 ‘코빗비즈’를 출시한 뒤 12월 한 차례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코빗은 이달 자유형 스테이킹 서비스 ‘스테이킹 플러스’의 법인 고객 확대를 위한 기술적·운영적 지원 체계 구축도 마쳤다. 고팍스 역시 별도 팀을 꾸려 법인 영업 대응을 준비 중이며 홈페이지를 통해 법인 고객 안내를 제공한다.
정책 측면에서는 금융당국이 법인시장 개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위원회에서는 현금화 목적의 매도 거래를 먼저 열어 실무 가능성을 점검한 뒤 투자·재무 목적 거래를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이후 일반 법인으로 확대하는 3단계 방식이 거론된다.
홍재선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법인시장 개방과 신뢰 인프라 구축 과제 학술 콘퍼런스’에서 “법인 시장 참여는 개인 중심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사안”이라며 “시장 안정성과 자금세탁방지 체계 등을 충분히 검토해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