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장기화 속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17일(현지시간)부터 18일까지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두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양상에 따라 연준의 매파적 색채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리 변화보다 의장 메시지 및 경제전망 변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한국은행의 고민도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3.5~3.75%)에서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의 고용시장 지표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 이슈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올해 1월 들어 동결로 전환했다. 연준은 지난해 말 점도표를 통해 2026년과 2027년 각각 1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돌발 변수인 중동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호르무즈해협 이슈에 유가 상승 등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여지가 커진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도 이날 주간보고서를 통해 "이달 FOMC 회의는 고용시장 부진에도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동결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 속 금융권의 시선은 회의 결과보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 중위값으로 3.4%를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 색채 강화 속 기준금리 중위값이 높아지거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분기 경제전망 △성장률 전망(2026년 2.3%) △근원 PCE 전망(2.5%) 등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뿐 아니라 사모신용 리스크도 FOMC 회의의 주요 화두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글로벌 사모신용시장에서 환매 요청이 빠르게 증가해 크레딧(신용위험)리스크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지난해 11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사모신용의 급격한 확장과 비은행 간 전염 리스크를 경고했다"며 "연준이 최근 불거진 사모신용 문제에 대해 FOMC 관련 기자회견에서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시장역시 전쟁 등 주요 이슈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복합적 이슈로 반영된 연준의 매파 기조는 한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2.50%로 조정한 이후 현재까지 장기간 동결 기조를 이어가며 물가와 경기 흐름을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 사태의 장기화 전망 속 기존 관망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당장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매파적 기조를 보일 경우 한은 역시 외국인 자금 유출 방어와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매파적 기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유가 상승과 함께 급락 중인 원화 가치도 한은 입장에서 부담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인덱스(DXY)는 100을 넘어섰고, 원ㆍ달러환율은 개장가 기준 1500원을 돌파했다. 원ㆍ달러환율이 주간거래에서 장중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장중 고가 1500원) 이후 처음이다. 원유나 원자재 등 수입물가가 오르면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다시 밀어올려 한은이 물가 관리에 나서기 위해 긴축을 검토할 여지도 크다.
이러한 상황 속 일각에선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설도 힘을 얻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르면 연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일단 중동 전쟁 리스크 확산 속 신중한 통화정책 수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12일 통화정책신용보고서 설명회를 통해 "(중동 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현 시점에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향후 기준금리 결정 등을 신중하게 살피며 결정해 나가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