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까지 겨눈 301조⋯온플법·망사용료·클라우드 규제 도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 규제 환경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의 플랫폼 정책이 새로운 통상 갈등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망 사용료, 클라우드 보안 인증 등 디지털 정책이 미국 기업에 불리한 ‘비관세 장벽’으로 판단될 경우 통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통상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동맹국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주요 교역국의 디지털 규제 환경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한국의 디지털 정책이 미국 기업에 불리한 규제로 작용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망 사용료 제도,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제도 등이 주요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로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망 사용료 제도는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망 사용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해 온 사안이다. 공공 클라우드 도입 시 보안 인증을 요구하는 CSAP 제도 역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 장벽으로 지적됐다.
미국이 이 같은 제도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판단할 경우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301조 조사는 상대국 정책을 문제 삼아 관세나 기타 무역 제재를 부과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앞서 쿠팡 투자회사들이 USTR에 한국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며 제기했던 청원은 철회된 상태다. 다만 이번에 무역법 301조 조사가 개시되면서 개별 기업 사안이었던 쿠팡 이슈 역시 조사 범위 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을 디지털 규제가 통상 의제로 격상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데이터와 플랫폼, 클라우드 등 디지털 산업 규제가 글로벌 무역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USTR은 한국의 지도 반출 규제를 대표적인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301조 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통상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달 정부가 19년 동안 유지해 온 반출 불허 원칙을 바꿔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한 것도 이 같은 통상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활용해 온 통상 압박 수단을 동맹국까지 확대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301조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 이전 강요 문제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지털 규제와 데이터 정책까지 조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통상 압박 수단이 더욱 다양해지는 흐름이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이 관세나 추가 통상 압박 수단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규제는 공정 경쟁을 위한 정책이지만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 정책이 통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