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에 원유 수송 불안
아시아 정유·LNG 시장 긴장 확산
정유사 “비축유 방출 여부 등 지켜본 뒤 대응”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 세계 최대 LNG 생산지인 카타르마저 지정학적 리스크에 포함되면서 아시아 에너지 허브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한국 경제가 올 1분기 공급망 다변화의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이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름길이 막히고 가스관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경우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대란의 가장 취약한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지역 원유 수송 차질 우려다.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정유사들의 공급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로 꼽힌다.
아시아 정유 시장에서도 공급 관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저장석유화학(ZPC)은 하루 20만 배럴 규모 정제설비 정비 일정을 앞당기며 3월 가동률을 약 20%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국영 정유사들에 휘발유와 경유 수출 축소를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태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도 자국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석유제품 수출 조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일부 일본 정유사는 3월 선적분부터 경유와 항공유, 휘발유 수출 취소를 검토하고 있으며 태국은 국내 비축 확대를 위한 연료 수출 관리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도 국영 정유사 MRPL 역시 석유제품 수출 조정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업계는 아직 가동률 조정 등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에너지 수급 대응과 비축유 방출 여부 등을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1~2개월 치의 재고와 정기보수 일정을 감안하면 당장 1분기 내 가동 중단 사태는 피할 수 있으나,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카타르 LNG 설비가 멈춰서는 등 원유를 넘어 가스 수급난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경우 초유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공급 차질이 바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M증권은 “정유사들이 통상 1~2개월 수준의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정부 비축유도 약 7개월 수준에 달하는 만큼 최소 한 분기 정도는 정상적인 생산과 수출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동 긴장은 LNG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카타르 LNG 수출의 약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하는 만큼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역내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수입국의 카타르산 LNG 비중은 인도 46%, 대만 35%, 중국 30%, 태국 21%, 한국 15% 수준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는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과 LNG 생산 차질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