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좋았다”지만…반복되는 규제 참사[규제 만능주의의 그늘上-①]

입력 2026-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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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2-22 17:1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선의는 언제나 명분이 된다.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규제는 많았다. 그러나 충분한 숙의와 영향 평가 없이 속도를 낸 법안들은 시간이 흐르며 다른 질문을 남겼다. 보호를 목표로 한 규제가 과연 의도한 효과를 냈는지, 아니면 시장의 균형을 흔들고 또 다른 왜곡을 낳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투데이는 ‘선의로 시작된 입법’의 출발과 결과를 추적하고 정치적 상징 뒤에 가려진 비용과 왜곡, 그 책임의 방향을 짚어본다.

약자 보호 명분 좋았지만…되레 시장 생태계 훼손 참사로
마트·전통시장 동반 고사 부른 유통법, 전세난 키운 임대차 3법 등 부작용 속출
표심만 좇은 획일적 입법 폭주…"입법 실명제·영향 평가로 대국민 책임 물어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명분은 선했다. 골목상권과 무주택자,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수많은 규제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충분한 숙의와 입법 영향 평가 없이 속도를 낸 법안들은 시장의 균형을 흔들고 예상치 못한 비용을 남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장의 작동 원리를 외면한 채 정치적 상징성과 단기적 편익을 앞세운 ‘입법 만능주의’가 구조적 왜곡으로 되돌아왔다는 지적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최근 재점화됐다. 14년 전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워 도입된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책임론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선의로 출발한 입법이 결과적으로 시장 질서를 뒤틀었다면 그 책임 또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유통법은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워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을 규정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한 온라인 배송을 금지했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부)는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매출 증대로 직결된다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신중론을 제기했지만 법안은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서 국회를 통과했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2024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상점가의 일평균 고객 수는 3703명으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점포 수는 21만 개에서 18만 개로 줄었다. 대형마트 3사 역시 10여 년간 오프라인 매출이 3조3000억 원 감소하고 40여 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그 사이 규제 적용을 받지 않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새벽배송 체계를 구축하며 공룡으로 컸다. 보호를 목표로 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시장의 중심축만 이동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3법’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패싱하고 본회의 통과부터 시행까지 하루 만에 처리된 초고속 입법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세 공급 위축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충분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법 시행 직후 전세 매물이 급감했고, 미리 임대료를 올리는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됐다. 전세난이 이어지며 시장 불안도 확대됐다.

2018년 ‘주 52시간제’ 심사 과정에서도 IT·연구개발(R&D) 업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획일적 적용 기조가 유지됐다.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속도와 유연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표가 중요한 정치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민창 조선대 교수는 유통법과 관련해 “대형마트 입점 상인 역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장기적 파급 효과보다 상징적 법안 통과에 따른 정치적 편익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안으로는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입법 영향 평가’와 발의·처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입법 실명제’가 거론된다. 이 교수는 “피해자 이름을 내건 감성적 명칭은 반대 논의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법안 발의 건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국회일수록 신중함과 사후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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