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 핵심인 거래소…인프라 심사 넘지 못해

말이 많았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결과는 큰 이변 없이 마무리됐다. 세 컨소시엄 가운데 유일하게 탈락한 루센트블록은 자기자본과 사업계획에서 한국거래소(KDX)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에 밀렸다. 금융당국은 이번 장외거래소가 조각투자 증권이 거래되는 ‘제도권 유통시장’이라는 점에서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는 평가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 평가 결과 NXT는 750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KDX는 725점으로 뒤를 이었다. 루센트블록은 653점에 그쳐 NXT와 97점, KDX와 72점 격차를 보였다.
심사 점수를 보면 루센트블록은 자기자본과 사업계획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사업계획 점수는 127점으로 KDX(205점), NXT(190점)보다 크게 낮았고, 자기자본 역시 70점으로 KDX(100점), NXT(90점)에 못 미쳤다.

외부평가위원회는 루센트블록에 대해 “자기자본이 타사 대비 현저히 낮고 출자금 조달방안 및 비상자금 조달계획의 실현가능성이 유동적”이며 “장외거래소 운영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미흡하고 금융회사로서의 관련 내부 규정이 미흡하고 법령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자본력과 사업계획을 중점적으로 본 이유는 이번 장외거래소의 성격 때문이다. 금융위는 장외거래소를 ‘새로운 유형의 유통시장으로서 자본시장 인프라적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인가는 샌드박스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된 내부 유통채널이 아니라 다양한 조각투자 증권이 거래되는 정식 유통시장으로 전면 확대·개편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제도권 거래소로 전환되는 만큼 심사 기준도 시장 운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장외거래소는 이미 발행된 증권을 중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초자산 전문성보다 안정적인 주문처리, 거래체결, 결제 연동, 불공정거래 예방 체계 등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력과 사업계획이 필수적으로 고려된 것이다. 대규모 실시간 거래 처리 능력과 이해상충 관리 체계 등이 요구되는 만큼, 스타트업을 배려해 기준을 완화할 경우 투자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루센트블록의 향후 진로도 이번 인가로 갈리게 됐다. 루센트블록이 발행 인가를 신청하면 기존 사업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지만, 장외거래소가 본인가를 받아 출범하면 유통 기능은 중단되고 해당 증권은 인가된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발행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연계 증권사와 신탁사가 자산 관리와 매각, 수익 배분을 맡게 된다.
한편 예비인가를 받은 KDX와 NXT 컨소시엄은 6개월 내 조건을 충족한 뒤 출자승인과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다만 기술탈취 논란으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NXT 심사는 중단된다. 결격 사유가 확정될 경우 금융위는 인가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