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냐 권리냐…나라별 노키즈 존 대처 알아보니

입력 2026-0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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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노키즈 존(No Kids Zone)’이 하나둘 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아이를 동반할 수 없는’ 곳들이다. 저출산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레 논쟁의 불씨가 됐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관점에서 어린이 출입금지 구역은 달갑지 않은 사회 현상이다. 그런데도 국립국어원에서 ‘어린이 제한 구역’이라는 순화단어를 제시할 만큼, 사회적으로 확산했다. 경기도 산하기관 '경기연구원'은 '노키즈 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까지 냈다.

먼저 이름부터 따져보면 노키즈 존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조어’다. 영어권에서는 부자연스러운 단어로 여긴다. ‘노스모킹(No Smoking)’보다 ‘스모크 프리(Smoke-free)’가 적절한 것처럼, ‘키즈프리(kids-free)’가 맞는 표현이다.

이름이야 어쨌든 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순간, 논쟁은 소음이나 영업권 자유를 넘어 차별 영역으로 넘어간다. 실제로 세계 주요국은 서로 다른 방식의 법과 정책,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점에 접근했거나 대안을 마련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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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차별' 금지하는 영국⋯단 성인만 보호

영국에는 연령차별 금지법이 있다. 2010년 제정된 법이라는 의미를 담아 ‘평등법 2010(Equality Act 2010)’으로 부른다. 공공영역은 물론 서비스 분야에서도 나이에 따른 차별과 출입 제한 등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체육관과 음식점, 대중 시설 등에서 나이를 이유로 서비스를 제한하면 위법이다. 입법 2년 만인 2012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다만 영국의 연령차별 금지법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법이 아니다. 가디언 보도를 보면 영국의 연령차별 금지법은 ‘성인’ 즉 18세 이상에 한정했다. 어린이 출입을 자체적으로 금지해도 법 위반은 아니다. ‘어린이 입장’을 제한할 수 있는 사업장 소유주, 즉 사장님의 영업 권리를 더 무겁게 인정한 셈이다.

영국 여행예약사이트(레이트딜)이 여객기 승객 11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70%가 여객기내 노키즈 존(또는 콰이어트 존) 도입을 찬성했다. 이 가운데 35%는 "추가요금을 지불해서라도 노키즈 존에 앉겠다"고 답했다. 아이의 권리만큼, 성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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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대신 '조용한 존'으로 우회로 택한 호주

호주는 한국처럼 ‘노키즈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 대신 '정숙(조용한) 구역' 등으로 이름을 바꿔 문화가 정착됐다.

먼저 호주 연방법과 주(州)별 차별금지법은 나이(age)를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는 성인뿐 아니라 아동 역시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주체임을 명시했다.

일부 숙박업소가 ‘성인 전용(adults only)’을 표방하자 소비자단체와 인권기구가 문제를 제기했고, 논의 끝에 정리된 원칙은 비교적 분명했다. 전면적 배제는 허용되기 어렵지만,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운영 방식의 차별화는 가능하다는 것. 이에 따라 호주의 현장에서는 아이를 직접 배제하는 대신, 공간의 성격을 설명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노키즈존’이라는 표현 대신 '조용한 공간(quiet venue)'이라는 완충어를 사용 중인데 뜻밖에 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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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로 노키즈 존에 대한 온도차 존재

프랑스는 가장 적극적으로 노키즈 존 해법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이후, 프랑스 일부 고급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성인 전용(adults-only)’ 혹은 ‘차일드 프리(child-free)’ 운영이 확산했다. 가족단위 여행객은 그만큼 운신의 폭이 줄었고 사회적 논쟁은 커졌다.

단순한 사회적 논란을 넘어 정치권 의제로 부상할 만큼 논쟁거리가 됐다. 프랑스 상원에서 공개적으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의 아동ㆍ가족 정책 담당 책임자도 의회에 나서 “아이를 배제하는 공간은 사회적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논쟁의 초점이 어른의 휴식권과 사업주의 영업권 대신 "아이를 공공 공간에서 밀어내는 사회가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했다.

프랑스는 저출산 문제와 가족정책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 과제로 다뤄온 나라다. 프랑스 24 보도에 따르면 ‘차일드 프리’ 논쟁은 △출산 장려 △공공성 △사회적 연대 등과 맞물려 확산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사업주의 공청회 등이 이어졌고, 규제 마련이 단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연령 차별을 하나의 틀로 다루지 않는다. 고용과 공공서비스가 분리돼 있다. 이 법은 ‘모든 연령’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세부 사항은 각각 다르다는 뜻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사례는 세부적으로 다른 면을 지녔으나 한 가지 공통분모를 지닌다. 어린이를 배제하려는 일부 사회적 현상이 차츰 단계를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오늘 어린이를 차별해서 출입을 제한했다면, 내일은 노인이 될 수 있다. 그다음은 남성 또는 여성 등으로 제한 대상을 넓혀갈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ㆍ미국 언론 모두 유사한 전망을 하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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