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실증단지’로
공공기여 2조원⋯동남권 인프라 구축 탄력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개발에서 초고층 랜드마크 구상을 내려놓고 공공기여 확정과 미래 사업 실증에 초점을 맞춘 전략 전환에 나섰다. 높이 경쟁 대신 실행 가능성과 장기 활용성을 택한 결정으로 GBC는 그룹 본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실험장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6일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달 30일 GBC 사업에 대한 추가협상을 마무리했다.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조성되는 GBC는 2031년 말 준공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낸다.
이번 합의로 GBC는 105층 단일 타워 대신 49층 3개 동 체제로 전환된다. 초고층 포기는 단순한 규모 축소가 아니라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이었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선택이다. 군 작전 제한과 안전 규제, 인허가 리스크가 중첩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높이 경쟁보다 사업 추진력을 우선시했다. 도시계획의 큰 틀이 유지되면서 향후 인허가 절차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공기여는 1조9827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특정 지정용도 이행이 어려워지며 감면됐던 2336억 원(2016년 5월 기준)을 전액 공공기여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공공기여 확정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추가 부담이라기보다 비용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공공기여 총액이 확정되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복됐던 협상 리스크가 상당 부분 정리됐다. 대신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 탄천·한강 수변 정비 등 서울 동남권 핵심 인프라 구축을 맡게 된다. 이는 GBC가 완공 이후 교통·보행·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는 기반이 된다.
GBC에 부여된 역할 역시 달라졌다. GBC는 그룹 본사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차량(PBV)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로 설계된다. 초고층 분산 배치로 절감된 투자 여력은 친환경 건축 기술과 탄소 저감 설비,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구축에 재투입될 예정이다. GBC를 부동산 개발이 아닌 미래 사업 플랫폼으로 고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국내 투자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GBC는 신사업과 R&D 투자의 물리적 거점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GBC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투자와 고용 효과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도시행정학회는 2024년 GBC 프로젝트에 대해 생산유발 효과 265조 원, 고용유발 효과 122만 명, 세수증가 1조5000억 원 등의 경제효과를 추산한 바 있다. 서울시 추산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건설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고 완공 이후에는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핵심 거점으로서 상권과 관광 수요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GBC는 초고층 랜드마크를 세우는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전략을 실험하고 축적하는 장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며 “높이를 낮춘 대신 시간과 확실성을 확보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