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자원 무기화’ 재가동…韓 제조업 공급망 ‘샌드위치’ 위기 [‘블록화’에 갇힌 K-제조]

입력 2026-01-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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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G2 갈등의 새 전선
中, 이중용도 물자 日 수출 제한
희토류 통제하면 기업 피해 막대
美, 우방국 중심으로 에너지 재편
수입 의존 韓 가격·물량 리스크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에너지와 핵심 광물이 다시 외교·안보의 수단으로 전면화됐다. 미국은 우방국 중심의 원유 공급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은 대만 이슈에 반응해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 국면으로 되돌아가면서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제조업이 에너지와 광물 양쪽에서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위험에 직면했다.

7일 중국 관영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일본의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 시사에 반발해 군사 목적의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제한했다. 희토류가 통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반도체 장비, 항공우주 부품 등 첨단 제조업 전반의 필수 원료다. 중국은 채굴부터 정·제련 재자원화까지 공급망 전 단계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수출 통제가 현실화될 경우 파급력은 크다. 중국이 작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희토류 자석 등의 수출을 통제한 이후 미국 포드자동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미국의 움직임도 부담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해 우방국 중심의 원유 공급을 요구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약 80%는 중국이 흡수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제재와 외교 압박을 결합해 공급 경로를 재편할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과 조달 불확실성은 확대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가격·물량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중 압박이 동시에 한국에 작동한다는 점이다. 미중과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 제조기업들은 언제든 국제 정세에 휘말려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발 광물 통제는 제조 공정의 원재료 단계에서 충격을 주고 미국발 에너지 재편은 생산비 전반을 흔든다.

공급망 분절화가 심화할수록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한국무역연구원은 희토류 공급이 제한될 경우 자동차 부품과 축전지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 광물의 정·제련 제품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는다고 분석했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이차전지·반도체·자동차 부품 수출이 동반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면을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본다. 미중 갈등이 관세와 기술을 넘어 자원으로 확장되면서 공급망 재편의 속도와 범위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에너지와 광물은 대체가 쉽지 않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 정치적 판단이 시장을 압도한다. 한 번 막히면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기업은 일부 광물에 대해 재고를 늘리거나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중소 협력사는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 공급망 충격이 하위 단계로 내려갈수록 피해가 증폭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비축과 보험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내놓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실행 속도는 더디다. 해외 광산 투자와 장기 구매 계약(오프테이크)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국내 재자원화 기반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리스크가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다”며 “외교 통상 전략과 산업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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