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프레스만 분리 매각 추진
SSM 시장 자체 성장성 둔화
알짜 점포 이탈 땐 '청산' 우려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생을 시도해 온 홈플러스가 결국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놓였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DIP파이낸싱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청산을 전제로 한 계획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채권단 일각에서는 청산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한편 노동조합과 정치권에서는 '회생을 가장한 사실상 청산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1차 공개매각 실패 후 유의미한 인수 후보자들과 물밑 접촉을 이어갔지만, 결과적으로 통매각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DIP파이낸싱을 통한 3000억 원 자금 조달, 향후 6년간 41개 점포 폐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과 경쟁하는 SSM 브랜드로, 수도권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중순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을 추진할 때 당시 인수 후보군으로 GS리테일, 알리 등이 거론됐으나, 독과점 이슈에 대한 부담과 수익성 우려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매각은 무산됐다. 유통업계에서는 SSM 시장 자체의 성장성이 둔화한 점도 향후 매각 성사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생과 청산을 둘러싼 채권단 내부의 이해관계도 뚜렷해졌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 점포 126개 중 62개를 담보로 확보하고 있어, 청산 절차로 전환되더라도 상당 부분 채권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DIP파이낸싱이 메리츠금융의 회수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DIP파이낸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존 채권자보다 변제 순위가 높아, 회생이 진행될수록 기존 담보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은 낮아진다. 메리츠금융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561억 원을 회수했지만, 여전히 약 1조 원가량의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담보 채권자 입장에서 불확실한 회생보다 청산이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채권자 중에서도 담보가 부족한 일반 채권자나 협력업체들은 회생 실패 시 손실이 불가피하다. 홈플러스가 청산에 들어갈 경우 대규모 점포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어, 유통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역 상권과 협력 중소 납품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는 이번 회생계획안 자체가 "MBK의 책임 회피와 사실상 청산 시나리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안수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장은 "MBK는 회생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무차별적인 점포 폐점은 회생이 아니라 손쉽게 손 털고 나가기 위한 청산 시간표를 늘려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 지부장은 "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 내에서 그나마 수익을 내는 사업부"라며 "이를 매각하면 경쟁력 있는 자산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진 대형마트 점포뿐이어서 결국 2~3년 뒤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자 점포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 분담은 감내할 수 있지만, 수익 매장까지 숫자만 보고 폐점하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회생계획안에 대해 '먹튀 시나리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노조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알짜는 팔고 부담은 버리는 구조조정이며 먹튀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안도걸 의원은 "제대로 된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MBK의 경영은 무책임을 넘어선 직무유기"라고 지적했고, 정진욱 의원은 "MBK는 홈플러스를 회생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청산에 선을 긋고 있다. 회생계획안에 자체적 실행 방안이 포함됐지만, 청산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채권단 동의 등을 거쳐 법원에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음 절차로 진행되려면 많게는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