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멋져" 혹평 들은 힙합, 올해는 다르다? [엔터로그]

입력 2026-01-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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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Mnet '쇼미더머니10' 방송 화면/유튜브 채널 'Mnet TV')
▲(출처=Mnet '쇼미더머니10' 방송 화면/유튜브 채널 'Mnet TV')

가요계의 중심에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비트보다는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 강한 랩보다는 반복하기 쉬운 후렴이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는데요. 힙합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차트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K팝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다뤄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공식이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랩의 비중이 다시 커지고 음악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다시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신호가 또렷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귀환, 대형 아티스트들의 행보, 신인 시장의 출사표까지 주목할 소식들이 이어지는데요. 올해 '힙합'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죠.

▲(사진제공=Mnet)
▲(사진제공=Mnet)

'차트 1위' 영광 어디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랩은 댄스 음악의 '소스'가 아닌, 음악을 이끄는 중심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리쌍,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 등으로 이어진 흐름은 힙합을 저항의 음악에 이어 '공감의 음악'으로까지 확장시켰죠.

이 흐름이 폭발적으로 증폭된 시점이 2010년대 중반입니다. 중심에는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리즈가 있었는데요. 매 시즌 경연곡이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휩쓸고, 힙합 레이블들은 탄탄한 팬덤까지 형성했습니다. 래퍼들이 아이돌을 제치고 대학 축제와 광고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등 힙합은 '가장 힙한 음악'이자 '가장 잘 팔리는 음악'으로도 떠올랐죠. 힙합이 명백한 주류 장르임을 증명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영광은 순식간에 빛을 잃었는데요. 힙합 신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단일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음악은 방송 서사에 종속됐고, 시즌이 끝날 때마다 관심도 함께 소멸되는 구조가 반복됐습니다.

동시에 '플렉스'와 '스웨그'만 반복하는 지루한 구성, 일부 래퍼들의 경솔한 태도와 논란은 대중의 정서와 괴리까지 키웠습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악뮤 이찬혁의 의미심장한 가사 한 줄이 힙합 신을 비판하는 슬로건으로 자리 잡기도 했는데요. 그는 2021년 '쇼미더머니10'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머드 더 스튜던트와 선보인 '불협화음' 무대에서 '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 이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쇼 / 쇼미더머니가 세상을 망치는 중이야'라는 가사로 화제를 모은 바 있죠. 리스너들의 귀를 일제히 사로잡을 만한 작품의 부재 속, 힙합이라는 장르가 예전 같지 않은 인기를 끌 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쇼미더머니'의 화제성도 함께 식었습니다. 시즌 9부터 11까지 시청률은 내리막길을 걸었죠.

▲그룹 코르티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그룹 코르티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쇼미더머니' 돌아오고, 새 아이돌 데뷔하고…꿈틀대는 힙합 DNA

그런 '쇼미더머니'가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2022년 시즌11 이후 약 3년 만에 '쇼미더머니12'가 방송될 예정입니다.

일단 이번 시즌은 키워드부터 화려합니다. △역대 최다 지원자 △최다 회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확장이라는 변화를 통해 한층 확장된 스케일을 예고하고 나섰죠.

서울·광주·부산·제주 등 국내외 예선에 몰린 지원자는 총 3만6000여 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요. 국내 최대 OTT 플랫폼 티빙과의 협업으로 히든 리그인 '야차의 세계'를 본편 방송 이틀 뒤 티빙에서 독점 공개합니다. 티빙 오리지널 '야차의 세계'는 본편 미션과는 또 다른 서사를 만들어내는 평행 세계 구조인데요. 여기에 '송캠프'와 '페스티벌' 등 총 3가지 반전 장치를 배치해, 참가자들의 서사를 한층 치열하게 담아낼 계획입니다.

'랩' 본연의 가치에 무게를 뒀습니다. 무반주로 펼쳐진 체육관 미션의 약 3만6000개 랩 벌스(Verse)를 제외하고도 불구덩이 미션부터 팀 결성 단계까지 쏟아진 벌스만 총 336개에 달한다는 전언인데요. 네 팀의 프로듀서 체제 아래,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힙합의 본질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각오죠.

올해 가요계에 돌아오는 대형 주자들의 활동도 기대감을 끌어올립니다. 빅뱅의 데뷔 20주년 기념 완전체 활동과 군 복무를 마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 블랙핑크의 신보가 특히 주목되죠.

방탄소년단은 데뷔 당시 힙합 키워드를 내세우면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연차가 쌓이면서 동 공감대를 지닌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 친근한 소통방식 등으로 탄탄한 팬층을 쌓아나가면서도 믹스테이프를 발매하거나 솔로 활동을 통해 힙합 알앤비(R&B) 장르를 선보이는 등 장르를 꾸준히 활용해왔습니다.

이외에도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호시, 라이즈 등 내로라하는 인기 아이돌들이 트랩(Trap)의 서브 장르인 레이지(Rage) 스타일 곡을 속속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날카로운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묵직한 808 베이스가 결합돼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 게 특징인데요. 특히 라이즈는 지난해 11월 발매한 싱글 '페임(Fame)'을 통해 레이지 스타일의 힙합에 처음으로 도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멤버 쇼타로가 직접 "'찢었다' 싶더라"고 자신한 댄스 브레이크까지 더해지면서 라이즈만의 역동적인 콘셉트를 완성했죠.

여기에 힙합에 기반을 둔 신인들도 베일을 벗을 예정입니다.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뒤를 이어 지난해 하반기 데뷔한 코르티스는 데뷔 앨범 수록곡 '패션(FaSHioN)'으로 빅히트 뮤직표 힙합 DNA를 증명했고요. 올해는 가수 박재범이 이끄는 모어비전에서 4인조 그룹 롱샷이 데뷔합니다. 박재범의 음악적 정체성이 힙합과 R&B를 기반으로 한 만큼 롱샷이 보여줄 음악에도 관심이 커진 상황이죠.

또 글로벌 힙합 레이블 AOMG는 걸크루를 론칭하고, Mnet '힙팝 프린세스'에서 발탁된 7인조 글로벌 힙합 그룹 하입 프린세스(H//PE Princess, 약칭 하이피)가 데뷔하는 등 힙합을 둘러싼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는 중입니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밴드 붐처럼 힙합 붐 올까

힙합의 재등장을 일시적 유행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과거의 힙합 붐이 차트 성적이나 화제성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흐름은 훨씬 구조적이기 때문인데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활, 대형 아티스트들의 복귀, 신인 시장의 움직임이 동시에 맞물린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리바이벌은 소비 방식이 다릅니다. 과거에는 힙합이 '쇼미더머니'라는 하나의 창구를 통해 집중 소비됐다면, 지금은 K팝 시장의 트렌드와 신인 기획, 글로벌 무대까지 여러 갈래로 분산돼 대중과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죠.

빅뱅부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은 앞서 힙합 요소를 중심에 두고 팀의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추후 선보일 음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신인 시장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힙합을 할 줄 아는 팀'이 아니라, 처음부터 힙합을 정체성으로 내세운 팀들이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힙합을 전면에 둔 기획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르를 둘러싼 시장의 인식 변화도 감지됩니다.

결국 이번 힙합 리바이벌은 예능을 중심으로 한 화제성 경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돌 음악과 신인 기획, 제작 방식 전반에서 힙합 문법이 다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힙합이 다시 가요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또 어떤 성과를 쓸지 그 변화의 방향에 시선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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