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유입 상위 10개 중 8개가 미국
고환율 경계 속 해외주식 직·간접 투자 인기
당국 압박에…보수 인하 카드 속속 포기

고환율 경계음이 커지고 있지만 서학개미의 발걸음은 여전히 미국 증시를 향하고 있다. 해외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마케팅은 위축됐지만, 미국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우회 유입되며 운용사들은 기대와 부담이 교차하는 미묘한 상황에 놓였다.
6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주식형 ETF 가운데 자금 유입 상위 10개 상품 중 8개가 미국 관련 ETF로 집계됐다. 미국 증시로 향하는 개인 투자자 자금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다.
자금 유입 1위는 ‘TIGER 미국 S&P500’으로, 일주일간 2533억 원이 몰렸다. 뒤를 이어 ‘TIGER 미국나스닥100’에 810억 원, ‘KODEX 미국나스닥100’에 741억 원이 순유입됐다. ‘1Q 미국 S&P500’도 507억 원의 자금이 들어오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ACE 미국 S&P500’ 역시 373억 원이 유입됐다.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들이 상위권을 사실상 휩쓴 셈이다.
미국 지수에 배당이나 옵션 전략을 결합한 상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 ‘KODEX 미국성장커버드콜액티브’, ‘KODEX 미국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 등 커버드콜 ETF들이 나란히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변동성 국면에서 현금흐름을 확보하려는 투자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투자에서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세는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5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금액은 9억6296만 달러를 기록했다. 고환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에 대한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운용사들의 속내다. 금융당국은 고환율 상황에서 외화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내년 3월까지 공격적인 해외주식 마케팅과 이벤트를 자제해 달라고 권고한 상태다. 공식적인 규제는 아니지만, 업계 전반에 ‘눈치 보기’ 기류가 퍼지고 있다.
실제로 하나자산운용은 S&P500 관련 ETF의 보수 인하를 검토하다 최근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수 인하 계획은 여전히 검토 중이지만, 지금 당장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도 “최근 당국에서 운용사 간 출혈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고환율 환경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미국 지수 ETF를 둘러싼 보수 경쟁이 워낙 치열했지만, 최근에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