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필적확인 문구는 안규례 시인의 시집 '봄이 오는 창문' 중 ‘아침 산책’ 시 속 한 구절이 사용됐다.
필적확인 문구는 수험생들의 대리 시험을 막기 위해 매 교시 과목 답안지에 정자로 직접 따라 써야 하는 문구다. 그간 수능 필적 확인란 문구는 따스한 문장으로 수험생을 비롯한 사회 전역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필적확인 문구는 2006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됐다. 이는 당시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통한 부정행위만 300여 명에 달해 생겨난 부정행위 재발 방지 장치다. 이 문구는 단순한 받아쓰기가 아닌 필적 감정을 위한 본인 확인 자료로 쓰이는 셈이다.
가장 많이 인용된 시는 총 3차례 인용된 정지용 시인의 ‘향수’다. 향수 속 한 구절인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은 2006학년도와 2017학년도 수능에 등장했다. 같은 시의 첫 구절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는 2007학년도에 사용됐다.
필적확인 문구 선정은 수능과 모의평가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하고 있다. 문구는 띄어쓰기를 제외하고 12자에서 19자 사이여야 한다. 필체가 상이하게 드러나는 자음인 'ㄹ', 'ㅁ', 'ㅂ' 중 2개 이상이 포함돼야 하며, 수능과 모의평가에서는 겹받침이 하나 이상 포함되기도 한다.
이러한 필적을 감정하는 목적뿐 아니라 수험생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줄 수도 있는 메시지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국내 문학 작품들을 후보로 둬 여러 구절 중 하나를 신중히 택한다.
한편 2026학년도 수능은 작년보다 3만 1504명(6.0%) 늘어난 총 55만 4174명이 지원했다. 총응시자 수로는 2019학년도(59만 492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2006학년도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2007학년도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정지용, '향수')
2008학년도 -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윤동주, '소년')
2009학년도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윤동주, '별 헤는 밤')
2010학년도 -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학년도 -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정채봉, 첫 마음')
2012학년도 -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황동규,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 -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정한모, '가을에')
2014학년도 -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박정만, '작은 연가')
2015학년도 -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문태준, '돌의 배')
2016학년도 -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2017학년도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2018학년도 -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김영랑, '바다로 가자')
2019학년도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김남조, '편지')
2020학년도 -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박두진, '별밭에 누워')
2021학년도 -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2022학년도 -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이해인, '작은 노래 2')
2023학년도 -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한용운, '나의 꿈')
2024학년도 -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양광모, '가장 넓은 길')
2025학년도 -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곽의영, '하나뿐인 예쁜 딸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