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면세업계가 중국발 훈풍으로 중대 변곡점을 맞으면서 업계 안팎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사업이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혁신이 필요한 가운데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내 임대료 갈등으로 인해 입점-철수-재입찰이란 잔혹사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4일 전문가들은 인천공항 임대료 갈등 문제를 풀려면 무엇보다 이해관계자들이 달라진 면세업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협상 자세를 바꿔 소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 자문위원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철수 결정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임대인의 입장에서 계약서대로 과거 호시절 책정한 임대료를 그대로 주장한 반면 면세점들은 차라리 철수하는 것이 수익 개선에 도움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극단적인 상황에 책정한 임대료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이는 사실 정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 양보와 대화 없는 강경한 양측의 태도도 문제로 꼽혔다. 특히 면세점들의 수수료 체계 조정 요청에 대한 공항공사의 처신을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계약 관계가 성립된 상태인 만큼 임대수수료 인하 여부를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공항공사가) 법정으로 이어진 대화 과정까지 거부하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며 "면세기업을 파트너사로 인정하고 협상해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를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항공사가 면세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사실 막강하다. 사업 입찰 뿐 아니라 공항 면세점 관리 등을 두고 업체와 협업이 필수인데,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은 계속 나오고 있다. K콘텐츠 붐으로 외국 관광객들이 '동북아 허브' 인천공항을 찾고 있는데, 면세사업에 대한 공기업의 늦은 이해도와 지원은 아쉬운 대목이란 지적이다.
이 교수는 "공항공사는 면세점 임대료 부과 만큼이나 K면세점 부흥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대한민국 면세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고 국내 기업들도 덩달아 붐업시킬 수 있어야 한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까지는 국내 면세점들이 줄곧 상위권을 달려왔는데, 공항 면세점 이탈로 국내 면세점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교수는 "국내 면세 사업이 당장 좋아지긴 쉽지 않지만 중국 단체 관광객 비자 면제 정책과 한한령 해제 등 분위기로 볼 때 장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을 두고 선 엇갈린 반응이다. 1인당 면세점 객단가가 낮아지고 쇼핑 트렌드가 체험 중심으로 변화하는 터라, 공항 면세점의 향후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여기다 중국 등 다른 나라 면세점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세계 3위권 국제공항인 인천공항에 진출하고 입찰전에서 국내 기업들과 과당경쟁에 나설 경우 득보다 실이 많게 될 수 있다.
다국적 면세점이 입점하면 통해 인천공항이 활력을 뛸 것이란 긍정론도 있다. 서 교수는 "뭐든 너무 닫혀 있으면 안된다"며 "국내 면세점도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에 진출하고 있는 것처럼 인천공항에 해외 기업이 진출하는 것도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면세점이 입점할 경우 국내 면세점에게도 자극이 될 것"이라며 "현재 규모나 경쟁력 등을 볼 때 오히려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