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을 노리는 무신사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에서 이례적 장면이 만들어졌다. 국내 '빅하우스'로 분류되는 NH투자증권이 숏리스트(적격 후보)에서 빠졌고, 미래에셋증권은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자진 불참하며 사실상 주관사단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례가 향후 대어급 IPO 수주 흐름과 주관사 구도를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21일부터 23일까지 주관사 선정을 위한 PT를 진행했다. 무신사는 앞서 KB·한국투자·삼성·신한·하나·미래에셋 등 국내 증권사 6곳과 외국계 증권사 5곳을 숏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미래에셋은 정작 PT 무대에 서지 않았고, NH는 애초 숏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업계 시선은 엇갈린다. NH의 숏리스트 제외는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미래에셋의 PT 불참은 크게 이례적인 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무신사 딜은 각 증권사 수장들이 직접 나설 정도로 공을 들인 경쟁 구도였던 만큼, 숏리스트에 오른 하우스가 PT에 나서지 않은 대목을 두고 의문이 남는다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IPO 고위 관계자는 "NH 탈락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하우스가 워낙 많다 보니 제안서 준비 등에서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며 "미래의 경우 PT 기회까지 받은 데다 마케팅도 잘해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자진 불참은 의아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전통 강자 중심의 '빅 하우스' 구도가 업종 이해도와 하우스 조직력 등에 따라 유연하게 재배열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실제 무신사 PT에서도 단순한 밸류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체계, 해외 투자자 대상 스토리텔링, 수요예측 역량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형 딜일수록 상장 전후 잡음 최소화와 평판 및 리스크 관리 역량을 중시하는 새 선발 기준이 부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무신사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대는 이어지고 있다. 주관사 지명을 기다리는 하우스들은 약 10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당장 상장에 돌입하는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무신사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이 같은 밸류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 IPO 임원은 "연내 중국 매장 진출과 안타스포츠 합작법인 설립, 일본 조조타운 제휴 등으로 해외 매출 기반을 만들고 있다"며 "양국에서 톱티어 파트너와 손을 잡았고, 동시에 뷰티·라이프스타일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어 탄탄한 팬덤과 고객층을 바탕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뷰티는 위탁 생산 특성상 품질 격차가 크지 않아 브랜드 가치와 평판이 승부처인 만큼 10조 밸류 설득력은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