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4세 고시’에 밀린 소방대피훈련

입력 2025-08-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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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전문위원/언론학 박사

얼마 전,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가슴이 서늘해진 사건이 있었다. 부산 기장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님이 집앞에 볼일을 보러 잠깐 나간 사이 초등학생 언니를 포함한 자매가 화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그 이후 불과 며칠 사이에 부산에서 다시 비슷한 화재 사건으로 어린 자매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노후 아파트에서 멀티탭으로부터 촉발된 사고였던 것이다. 예전부터 멀티탭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왔지만, 이번 연이은 사건으로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멀티탭에 너무 많은 콘센트를 한꺼번에 꽂고 사용하는 것도 당연히 안 되지만, 틈틈이 콘센트 부분에 고여 있는 먼지를 닦고, 주위의 가연성 물질은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사용 시 뜨거워진다거나, 플러그가 느슨해진 멀티탭은 사용을 중단하고 처분해야 한다. 이 두 사건 외에도 폭염시기와 맞물려 화재 사건이 빈번히 접수되었기에, 당국은 서둘러 노후 아파트의 화재 경보 시스템과 스프링클러를 점검하는 등 뒤늦게나마 화재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화재 사고 대처를 위해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가정 내 소방대피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학교와 보육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소방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정에서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미숙한 아이들의 경우, 환경에 따른 유연한 대처법을 행하기 어려우며,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시 당황하여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더욱이 일반 유치원이 아닌 ‘어학원’의 형태로 운영되는 영어유치원 같은 경우, 소방대피훈련을 1년에 한 번도 실시하지 않는 곳도 더러 있다.

가정 내 소방대피훈련이라고 해서 그저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화재 상황과 같이 연출하여 아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대처법을 익힐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가정 내 소방대피훈련에 대한 정보와 부모교육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가정 내 소방대피훈련을 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미국 국토안보부에서 운영하는 ‘Ready(ready.gov)’ 홈페이지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Ready’에는 가정에서의 소방대피훈련 방법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 상황에서의 아동 수준의 대처법 및 대피훈련법이 안내되어 있다.

가정 내 소방대피훈련은 비단 위험 대비를 위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늘 교육에만 관심이 많은 한국의 부모들을 위해 귀띔하자면, 이런 훈련은 아이들의 통합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학습 정서도 함양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위험에 대처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을 통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을 얻을 수 있다. 이 두 정서는 길고 긴 입시 과정을 아이가 동요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학습 정서이다.

자녀를 정말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동기에 4세 고시, 7세 고시를 준비할 게 아니라 공부의 밑바탕이 되는 정서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간단한 외출조차 힘겨운 이번 무더위, 어린 자녀가 있는 독자 분들은 아이와 가정에서의 소방대피훈련을 통해 보람차고 돈독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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