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재판부 사실상 유명무실⋯“근본적인 제도 개선 필요”
외국 변호사 소송대리권 인정‧IP 전문 법관 양성 등 과제

국내외 지식재산(IP) 사건 국제재판부의 활성화 방안으로 외국 변호사에 대한 소송 대리권을 인정하고, 재판부 통합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이 글로벌 IP 분쟁 관할지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국제재판부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해외 법원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연구 용역은 대법원이 지난해 5월 발주했고, 지식재산포럼(책임연구자 윤선희 회장‧김원오 인하대 로스쿨 교수)이 진행했다.
연구진은 현재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부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국내에 등록한 특허권 관련 주체가 외국인인 경우가 주 대상인 데다, 장점으로 내세운 영어 변론은 어차피 국내 대리인이 진행하기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국제재판 개시는 양측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데 피고인 내국인 당사자가 국제 재판을 받아들일 실질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다. 외국인 당사자 사건은 전체 특허법원 사건의 30%(매년 200~250건)가 넘지만, 국제재판부 사건은 지금까지 3건에 그쳤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외국 변호사의 소송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 점을 핵심 제약으로 지목했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한국 변호사 자격 없이 국내 법정에서 변론할 수 없다.
이에 연구진은 “국제사건에 한해 외국인 변호사의 (공동) 소송대리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당사자 직접 소송비율이 현저히 낮은 특허소송에서 국제재판부를 활성화하려면 불가피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허법원 국제재판부를 송도로 이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항‧항만 등 교통, 10여 개의 국제기구, 국제학교 등 인프라가 갖춰진 송도가 외국인의 접근성 강화하는 차원에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노태악 대법관이 지난해 12월 글로벌 지식재산협력 국제 콘퍼런스에서 제안한 구상과도 일치한다.
당시 노 대법관은 “특허권자들은 선호하는 특정 법원으로 소송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천 영종도나 인근 송도국제도시에 서울고법 국제거래전담재판부, 특허법원, 중앙지법 국제재판부를 함께 설치해 국제 분쟁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구진은 영어가 능숙한 IP전문 법관 양성체제 구축, 화상‧메타버스를 이용한 재판, 판결문 공개 확대와 판결문 번역‧영어판결문 DB구축작업 등을 바탕으로 국제재판부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IP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사항도 거론했다. 특히 IP 소송에서 빈번히 지적되는 증거 확보의 어려움과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K-디스커버리(K-Discovery)’ 제도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