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금융 회오리’로 떠오른 스테이블 코인

입력 2025-07-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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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X재단 이사장

투명성·실시간 결제에 안정성 갖춰
기존 금융시스템에 변화·혁신 불러
한국형 디지털 금융패권 도전할만

우리는 지금 금융이라는 문명의 기초가 뒤흔들리는 구조적 회오리 속에 서 있다. 금리나 물가 같은 일시적 요동이 아니라, 화폐의 존재 방식과 통화 권력 자체가 재편되는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 진앙은 바로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원화, 금, 국채 등 현실 세계의 자산에 연동되어 가격 변동성을 억제한 디지털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은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과 실시간 결제 기능을 갖추면서도 법정화폐의 안정성을 유지해, 디지털 시대의 기축통화로 부상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히 변동성이 작은 디지털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독점하던 통화 발행 권한을 민간이 기술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질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의 상징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보장하는 투명성과 탈(脫)중앙성, 특히 글로벌 거래에 있어서 복잡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망을 거치지 않고 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효율성은 향후 기존 금융 인프라를 파괴하는 혁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각국의 통화정책을 주도하던 중앙은행의 역할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 또한 은행의 비효율적인 점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협을 이해하면서도 최근 자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제도화를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려는 조치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도 달러 패권을 재장악하려는 금융 제국 전략에 가깝다. 미국채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달러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것을 더 빠르고 더 넓게 유통시키는 무기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비자나 마스터와 같은 카드사는 상당히 위협적인 복병을 만난 것이고, 기존의 금융기관들 그리고 각국의 중앙은행 등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국가 주도의 디지털 위안화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유럽은 디지털 유로화에 대한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패권국인 미국이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국가들의 방어 노력이 제대로 작동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도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두 가지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첫째, 글로벌 결제 인프라에서 원화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점. 둘째, 정부 주도의 방어 전략이 효용성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오히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 등 민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공세적인 방어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삼성과 같은 빅테크가 전 세계 스마트폰을 점유하고 있고,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수십억 대에 이르는 갤럭시 스마트폰이 곧 지갑이 되고, 플랫폼 자체가 금융 생태계가 된다면, 한국형 디지털 금융 패권의 가능성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지금까지의 화폐는 성장과 효율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사회 전환을 위해서는 작은 탄소 감축 활동에 따라 부여되는 조각탄소크레딧(MCC: Mini Carbon Credit), 생태 실천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ELC(Eco Logic Credit) 같은 비(非)금융적 가치 기반 자산이 디지털 화폐 시스템과 결합될 때,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가격 안정 수단’을 넘어 윤리적 교환의 인프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은 금융이 다시 ‘살아 있는 사회적 계약’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지금의 스테이블 코인 논쟁은 통화, 가치, 권력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둘러싼 격돌이며, 이 격돌이 만들어내는 회오리는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어쩌면 지난 100년 이래 가장 큰 전환의 시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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