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도
헌재 당분간 ‘7인 체제’…차기 대통령이 후임재판관 지명 전망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6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두 재판관은 재직 기간 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국무위원 탄핵, 아시아 첫 기후소송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헌재는 18일 서울 종로구 헌재 본관 대강당에서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의 퇴임식을 진행했다. 두 재판관은 퇴임사를 통해 헌법을 준수하고, 헌재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로 사회적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행은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며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며 "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헌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 질서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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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재판관은 임기 동안 탄핵심판 사건뿐 아니라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권한쟁의,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법) 등 중요한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두 재판관은 2023년 3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검수완박 권한쟁의 심판청구(5대 4 각하)에서 각하 의견을 냈다. 지난해 8월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서는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3년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장관 탄핵심판(기각), 올해 5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기각),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인용) 등 대부분의 탄핵 사건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달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행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하기도 했다.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마은혁 재판관이 취임하면서 9인 완전체가 된 지 열흘 만에 재판관 자리가 다시 공석이 된 셈이다.
헌재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위헌인지를 따지는 헌법소원 본안 판단을 내리면 재판관 임명 절차가 재개될 수도 있지만, 6월 3일로 예정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선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 대통령이 취임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까지 현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새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곧장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청문회 준비 절차 등 시간을 고려하면 두 세달간은 7인 체제로 심리하게 된다.
헌재법상 7인 체제에서도 사건 심리와 선고가 가능하다. 종국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다만 탄핵 결정이나 법률의 위헌 결정, 헌법 소원 인용 결정 등은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앞서 헌재는 “나머지 2인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 및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