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잼버리 구원투수 수난시대

입력 2023-08-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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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통역, 숙소 지원, 콘서트 인솔까지 하게 돼 뜻하지 않은 역대급 수난이었죠. 그래도 잼버리 대원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웠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엄연히 조직위원회도 있고 관할 주최·주관사도 아닌데 강제 동원됐습니다. 태풍 카눈 대비까지 정말 벅찼어요.”

최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 차출된 공직자들이 토로한 말이다. 잼버리 행사는 폭염과 태풍 카눈 영향으로 서울과 경기 등 8개 시·도로 분산되며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숙소 확보, 통역 업무, 대체 프로그램 마련 업무까지 떠맡았다.

이들이 잼버리 ‘구원투수’가 되면서 행사는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실제 서울시만 하더라도 시티투어 버스 프로그램을 마련해 조기 퇴영한 영국 대원들에게 야경 체험을 제공했다. 또 각국 대원들을 위한 대학 기숙사 13곳을 확보했고, 숙소별 전담인력·의료인력을 24시간 배치했다. 철저한 교통 대책과 인력 지원으로 ‘K팝 콘서트’도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공직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건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잼버리 구원투수’로 나선 공직자들도 이 정도의 수난을 겪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동원 형식도, 업무 분배 방식도 모두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은 잼버리 현장 화장실을 청소하고, 직원 휴게 공간조차 없어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국가공무원노동조합·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노조와 아무런 협의 없이 공무원을 잼버리 대회에 ‘강제동원’했다는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범국가적 사안에 공무원이 투입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발적 지원을 가장한 ‘기관별 강제 할당’이었으며 협의는커녕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강제동원”이라며 “이제는 정부의 ‘뒤처리 전담반’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잼버리가 마무리된 이후 공직자들의 노고에 대한 실질적 보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잼버리 대원들에게 서울의 매력과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해주신 여러분께 특별 휴가와 적극적인 포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관계 실·국장들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이번을 계기로 국가 행정력 동원하는 자세에 대한 반면교사도 필요하다. 일방적인 공무원 현장 투입 ‘명령’이 아닌 중앙정부와 지자체,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갖출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도 국제 행사가 연이어 열릴 것인데 ‘잼버리 구원투수 수난’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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