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매할 결심

입력 2022-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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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집값이 연일 내림세다. 지난해까지 온갖 부동산 대책에도 꿈쩍 않던 아파트값은 올해 언제 그랬냐는 듯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아파트값이 떨어지자 무주택자와 유주택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특히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매수에 대거 나선 2030과 그렇지 않은 젊은층의 감정은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실제로 최근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무주택자로 추정되는 글쓴이들이 집값 폭락을 거론하며 영끌 매수자를 걱정하거나 조롱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한 무주택자는 “젊은 사람들이 빚 값을 능력도 없으면서 돈을 벌기 위해 영끌에 나섰다. 이번에 한 번 당해봐야 한다”는 비난조의 글을 올렸다. 이런 글에는 순식간에 반박성 댓글이 달리면서 ‘자가(自家) 소유’ 논쟁이 왕왕 벌어진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원인을 살펴보면 영끌 매수자를 비난하는 일부 무주택자가 팔짱 끼고 영끌 매수자를 지적할 상황이 아니다. 집값 약세의 원인인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는 곧 무주택자의 어깨도 짓누르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예로 ‘전세의 월세화’를 들 수 있다. 집값이 약세로 전환되고 금리마저 오르자 다주택자들은 핵심지역 한 채를 남기고 모두 처분에 나섰다. 현재 임대시장 물량 대부분이 공공이 아닌 다주택자와 같은 민간 임대를 통해 공급된다. 전세 공급이 대폭 줄어들지만, 내 집을 마련하지 않으니 수요는 여전하다. 결국, 서울 등 수요가 많은 곳은 전세가 귀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마저 올라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하느니 오를 대로 오른 월세를 택하는 무주택자도 늘고 있다. 나아가 무주택자가 집값 약세 시기에 집을 구매하려 해도 이미 올라버린 집값 부담에 높은 대출 이자까지 감수해야 한다. 집값 약세는 무주택자에게도 결코 반길 상황이 아닌 셈이다.

무주택자는 약세장이 오면 내 집 마련을 다짐한다. 하지만, 약세장에서 영끌 매수자를 비난하는 일부 무주택자의 태도는 결국 내 집 마련을 더 늦추고 경제적 부담을 늘릴 뿐이다.

최근 개봉한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은 헤어질 결심을 한 두 주인공이 결국 헤어지지 못하는 내용을 담았다. 무주택자의 ‘매매할 결심’은 비극으로 막을 내려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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