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친화 역량 없으면 공염불 그쳐
대학·인재 머물게할 지역강점 찾길

지방 선거가 끝나고 7월 1일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한다. 이번 선거에도 첨단 산업 유치 등 수많은 지역 발전 공약이 쏟아졌다. 반복되는 지역 성장 약속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은 완화되지 않고 지역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한 나라다.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주요 기업, 대학, 연구기관, 문화시설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청년들은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기업은 인재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투자하므로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새 지방 정부는 그간 지역 성장 정책의 성과가 부진한 원인들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전과 다른 실효성있는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여태껏 실적이 미흡했던 이유는 우선 지역 발전 전략이 지나치게 시설 투자 중심으로 추진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단지와 전시관, 문화 체육시설 등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는 늘어났지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혁신 생태계 구축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역의 고유한 특성보다 시대적 유행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점도 돌아봐야 한다. 어느 시기에는 IT와 바이오 산업이, 또 요즘에는 반도체와 AI 산업이 부각되면서 유사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중복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의 정책 연속성이 부족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 사업이 축소되거나 방향이 변경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지역 발전 전략이 정치 성향에 따라 뒤바뀌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재정과 권한이 충분하지 않아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고 지역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부족한 현실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지자체 선거 이후 주요 산업의 지방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장들의 의욕만큼 지역 성장의 성과를 거두려면 과거 잘못을 답습하지 말고 경제사회 여건 변화와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시대 그리고 AI를 토대로 한 산업 대변혁 시대에 사람과 기업들이 찾아오는 거주와 투자 여건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우선 현재 거주하는 주민 삶의 질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역 주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인구 감소를 막고 인구 유입을 이룰 수 있는 까닭이다.
AI 시대에 대규모 첨단 산업을 육성 성장시키려면 이를 위한 인재와 기술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유망 산업 투자를 지역별로 분산한다 해도 이를 키울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이는 실현 불가능한 과제가 된다. 자연 환경과 주거 여건, 교육과 문화 수준이 우수한 지역 그리고 규제와 통제가 없는 기업 친화적 지역 행정 체제와 주민 문화를 조성해야 투자가 성사되고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역 특화 산업 육성은 각 지역이 자신의 강점과 가능성을 냉정하게 분석한 후 결정(Place-based Strategy)해야 결실을 볼 수 있다. 모든 지역이 AI와 반도체를 외쳐서는 안된다. 해양산업에 강점이 있는 지역은 해양 물류와 에너지 분야를, 풍부한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은 관광과 웰니스 산업을, 우수한 대학과 연구기관을 보유한 지역은 첨단 기술과 창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을 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일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청년 인재가 지역에 머물고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 지방정부가 협력하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 구축은 AI 시대 지역 성장 전략의 핵심축이다.
수도권에 비해 물적 인적 조건이 열악한 개별 시군 단위의 발전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교통과 산업, 문화와 교육을 연계한 광역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5극 3특’이라는 광역경제권 구축 전략이 이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기업을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수도권을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지역만의 경쟁력을 얼마나 키워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개발 사업이 아니라 사람과 기업이 만족하는 지역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지역 산업 육성은 그야말로 농사를 짓는 일과 같다. 농사에 성공하려면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옥토와 기후 조건에서 농부의 간절한 소원과 온갖 정성이 다 들어가야 하듯, 지역 산업 육성도 인재와 기업을 위한 최적의 여건 조성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