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390선 후퇴 vs 코스닥 8% 폭등 '사이드카'

정부가 수도권을 잇는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호남권에 조성한다는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대규모 투자 부담과 글로벌 악재가 겹친 반도체 대장주들은 일제히 급락하며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렸지만, 대규모 자금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코스닥 시장과 지역 연고 및 건자재 종목들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순환매 랠리를 펼쳤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56포인트(0.20%) 하락한 8394.65로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69.20포인트(8.13%) 폭등한 920.5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장중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수급별로는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7조733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압박했지만, 코스닥에서는 외국인 266억원, 기관 5043억원 동반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전날 시장의 향방을 가른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시장에서는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파격적인 국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와 기업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총 800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반도체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회장은 인프라 인센티브가 기대되는 '광주'를, 최태원 회장은 '서남권'을 신규 클러스터 후보지로 언급했다. 구체적인 부지는 30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역대급 국책 호재 발표의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반도체 투톱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86% 하락한 32만3000원, SK하이닉스는 1.68% 떨어진 262만8000원에 마감했다. SK스퀘어와 DB하이텍 등 관련 대형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구매 타진, 오픈AI의 상장 연기 검토, 미국 연방 집단소송 직면 등 글로벌 악재와 중동 리스크가 대형주를 짓눌렀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호남권 투자 부담이 단기 매물 출하를 자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형주가 주저앉으며 비워진 자리는 실질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호남 지역 기반 기업들과 인프라 종목들로 빠르게 채워지며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금호건설과 금호전기, 금호건설우는 코스피 시장에서 일제히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치솟으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코스닥 시장의 지역 연고주 열기는 더 뜨거웠다. 전남 무안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남화산업은 새로운 산단 배후 거점으로 주목받으며 상한가를 쳤고, 광주·전남 기반 대표적 건설사인 남화토건 역시 대규모 인프라 공사 수주 기대감에 전 거래일 대비 29.94% 올랐다.
공장 건설의 필수 기초 건자재인 고강도 콘크리트(PHC) 파일을 생산하는 동양파일도 29.88% 급등했다. 동양파일은 전북 익산에 공장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에 납품한 실적이 주목받으며 수혜주로 분류됐다.
반도체 대형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증시의 자금은 저평가 성장주로 급격히 이동했다. 특히 2차전지와 제약·바이오 업종의 강세가 지수 폭등을 견인했다.
2차전지 전력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적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LG에너지솔루션(20.81%), 삼성SDI(12.53%), 에코프로(23.69%) 역시 폭등했다. 현대건설(12.39%)과 삼성E&A(14.96%) 등 대형 건설주 역시 호남발 인프라 특수 기대감에 동반 랠리를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