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우리는 주4일제 게임에 참여할 할 준비가 되었는가?

입력 2021-11-12 05:00

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어가고 있고, 그 중 복수의 후보들이 ‘주4일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이 정책에 대하여 “내가 최초로 제안한 것”이라며 정책 선점 다툼의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해당 후보들의 입장에서 이 정책이 상당히 매력적인 듯하다.

주4일제 도입의 게임을 그려 보면, 게임의 참가자는 크게 회사, 노동자, 정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참가자 모두가 주4일제 도입을 기대하고 있으면서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염려하고 있는 주4일제의 게임 상황을 분석해 보자.

주4일제의 도입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상당 부분 예견되어 왔었다. 기술의 발전을 통한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육체노동의 필요성을 줄여주었고, 인공지능(AI)의 출현은 지능과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일종의 정신노동까지도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흐름은 노동 수요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많은 사람을 오래 잡아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노동자들은 여가 소비에 더 적극적으로 되었다. 과거 한국에서는 쾌락을 경계하고 절제의 미덕을 강조하는 유교사상에 더해, 물적자본의 부족으로 인적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환경의 영향으로 여가의 추구를 금기시하기도 하고,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을 인간·국민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사회 안에서도 여가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시나브로 이루어지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개인이 노동 시간을 늘려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낮아졌다. 저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많은 이들에게 허황된 꿈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노동을 이어갈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여가를 즐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는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자’는 ‘욜로(YOLO)족’과 ‘경제적 자립 후 조기 은퇴를 하자’는 ‘파이어(FIRE)족’의 출현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궁극적으로 노동의 공급을 줄이고자 하는 개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주4일제 시행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대기업 공채가 없어지는 등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주4일제가 실업률 감소,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 중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주4일제 시행으로 (시급은 늘어날지언정) 월급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시급 상승 가능성과 총 노동 시간의 감소가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만회하고자 대체인력을 고용하는 경우 총 생산은 유지되고 임금 지출만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정책의 도구로 주4일제를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노사 간의 긴장관계 속에서 어떤 형태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노동공급 시간의 감소가 국가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긴장의 상황 속에서 선택을 ‘시장과 자율’에만 맡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자율의 명분 하에 사회 전체가 ‘원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주4일제와 같은 노동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여가와 노동의 가치에 대한 고민,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현상 유지도,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강압(coercion)이 되어버릴 수 있다. 주4일제 게임이 노사정 모두에게 ‘원치 않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참여하는’ 오징어게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위한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이고, 여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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