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중시’ 바이든,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인정…미국-터키 관계 긴장 고조

입력 2021-04-25 13:49 수정 2021-04-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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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전 대통령 후 40년 만에 '제노사이드' 단어 사용
터키 “거부·비판”…미 대사 초치해 항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현 터키)에서 일어난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Genocide)’로 공식 인정하면서 인권 중시 자세를 더 선명하게 나타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오스만제국 시대에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삶을 기억한다”며 “미국 국민은 106년 전 오늘 시작된 집단학살로 숨진 아르메니아인들을 기리고 있다. 앞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든 만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동의 의지를 새롭게 하고, 모든 세계인을 위해 치유와 화해를 추구하자”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들은 매년 추도 기념일에 맞춰 희생자 애도 성명을 내왔지만, ‘집단학살’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1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인 터키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직접적인 표현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레이건 대통령도 이 단어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못했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20세기 최악의 대량학살 중 하나”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데 그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집단학살 인정을 공약했지만, 재임 8년간 보류했다.

터키 정부는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자국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과 기타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터키는 집단학살 자체를 부정하면서 단순 전쟁의 결과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는 용어 자체도 ‘1915 사건’으로 칭하고 있으며, 사망한 아르메니아인의 규모도 150만 명이 아닌 30만 명 정도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터키가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역사학자들이 다퉈야 할 논쟁 사안”이라며 “제삼자가 이를 정치화하거나 터키에 대한 간섭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 될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터키 외무부 역시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집단학살 인정이 급진적 아르마니아계인들과 반터키 단체들의 압력하에 내려졌다"며 “미국 대통령의 성명을 강하게 거부하고 비판한다”고 반발했다. 터키 외무부는 데이비드 새터필드 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도 했다.

나토 동맹국인 터키의 반발을 무릅쓰고도 바이든 대통령이 집단학살 인정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현 정권 내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차아프타이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대통령에게 터키와의 전략적 관계를 호소해 만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세력이 쇠퇴한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미국의 중동 관여가 옅어지고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군이 이용하는 터키 남부 인질리크 공군기지는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의 거점이었는데, IS의 붕괴로 터키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군은 이란을 염두에 두고 터키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이든 정권은 이란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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