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예측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기업

입력 2018-09-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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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기업 경영을 하는 데 있어서 예측 불확실성이 가장 무섭습니다.” 최근 만난 4대 그룹 한 임원의 얘기다. 기업은 향후 정부의 정책 변화나 글로벌 환경 등을 참고해 투자나 고용 등을 결정한다. 정부가 신성장 사업으로 어느 부문에 집중하는지, 국내외 규제 환경은 어떤지 등을 아는 게 필요하다. 물론 앞을 정확히 내다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예측 가이드라인을 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정부가 말로는 바이오 산업을 육성한다면서 금융당국은 회계감리에 나서는 등 엇박자를 내는 게 한 예다.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으로 돌아온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관련 신규 출자 금지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해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404만 주를 추가 매각하도록 한 일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공정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따랐던 삼성SDI는 정부 방침 변경에 따라 추가로 주식을 매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정부가 중요한 기업 정책의 원칙과 기준을 스스로 바꾸면 기업 입장에서는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또 지난달 27일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정하는 입법 예고안을 내놨다. 전속고발권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사익편취 규제(일감몰아주기) 기준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이 대폭 늘어난다. 현재는 재벌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회사가 감시 대상인데, 그 기준을 상장사·비상장사 가리지 않고 2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 29.99%로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억울해 한다. 일단 일감몰아주기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예측 불확실성을 기피하고 싶은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상책이다. 실제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근거가 되는 공정거래법 ‘제23조 2’는 사업능력·재무상태·신용도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이 ‘상당한’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수 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공정위가 법원에서 지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한진그룹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총수 일가가 회사에 몰아준 일감 규모가 적어 해당 업종 시장 경쟁을 제한할 정도는 아니라며 공정위 패소 판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판단 여부는 정상가격(시중유통가격)에 비해 부당하게 지원했느냐가 쟁점인데 서비스 업종은 상품 특성상 정상가격 산정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최근 느끼는 대내외 환경은 최악이다. 원·달러 환율은 널뛰기하고 있고, 신흥국 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도 기업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보호무역, 환율 및 금리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리스크 대응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기업들이 앞을 예측할 수 있어야 투자와 고용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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