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44. 전밀라(全密羅)

입력 2017-06-3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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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평등사상 설파한 한국 첫 여성목사

전밀라(全密羅)는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목사이다. 1908년 충북 덕산에서 아버지 전연득(全軟得)과 어머니 최마리아의 5남매 가운데 첫째로 태어났다. 12살에 충주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공주의 명문 영명(永明)여고보에 입학했다. 당시 집안이 어려운 여학생들은 바느질이나 수를 놓는 일을 하며 고학을 했다. 전밀라는 선교사 집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교장은 ‘전도부인’으로 통했던 전밀라에게 여자도 목사가 될 수 있으니 신학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1931년 서울 감리교신학교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아버지가 교회의 장로로 있는 원주로 가서 전도부인으로 일했다. 지역의 교회를 다니며 여선교회 조직과 전도사업을 했다.

그 뒤 일본 도쿄(東京)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 신학부에서 유학을 했다. 1940년 귀국한 뒤 원주제일교회, 원산중앙교회 등에서 일했다. 이때 전밀라는 “언제나 보헤미안처럼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살면서 전도사업을 해야 하는 떠도는 몸임을 새삼 느껴야 했다.”

원산에서 해방을 맞은 전밀라는 1946년에 월남했다. 전쟁 중이던 1951년부터 목사의 길을 준비했다. 여자 목사가 없었던 시절이라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밀라도 두려움이 컸지만 이를 극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목사로 되는 것이 여간 망설여지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여자이기 때문에 망설였어요. 아직도 남존여비라 하여 여자 목사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긴 그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까 의욕이 불끈 나기도 했지만요.”

1955년 드디어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때 명화용(明和蓉)도 여성 목사가 되었다. 1930년 기독교감리회가 여목사 제도를 만든 지 25년 만에, 전밀라가 신학교를 졸업한 지 20년 만의 일이었다. 전체 신도 가운데 여성이 다수였는데도 여성 목사의 탄생은 낯설게 받아들여졌다.

목사 안수 후 인천 창영교회 부목사로 재직하다, 1960년 서울 양광교회의 담임 목사가 되었다. 담임목사로 부임하자 일부 남녀 신도가 반발하기도 했다. 어떤 신자는 여자 목사에게 설교를 들을 수 없다고 교회 문을 박차고 나갔다. 밤늦게 술을 마시고 와 행패를 부리는 남자도 있었다.

오랫동안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창세기 구절이 여성을 차별하는 논리로 작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여성 목사의 설교와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컸다. 전밀라는 여성 목사가 단지 남성 목사를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하나님의 사역자임을 알렸다. 교회 내의 소수자로서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조용한 설교’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교회의 성차별과 편견을 깨뜨리고 기독교의 평등사상을 설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전밀라 목사는 1985년 10월 30일 눈을 감았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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