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환경부의 주먹구구식 미세먼지 대책

입력 2017-04-12 12:5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책사회부 차장

“마스크 값 때문에 집안 거덜 날 판이에요.”

“미세먼지를 막으려면 어떤 공기청정기가 좋은지 알려주세요.”

“내일 유치원에 초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대한민국 하늘이 미세먼지로 연일 뿌옇게 뒤덮이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회원 4만 명이 넘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왔지만,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는 불안을 넘어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석면, 담배 등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타고 몸 안에 들어와 천식과 폐 질환, 뇌졸중(腦卒中)의 원인이 된다. 특히 폐 기능이 아직 덜 발달한 아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조기 사망 등의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상당량이 유입되니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중국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세먼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내놓는 대책마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정부는 지난 2월 15일부터 수도권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공공기관 2부제 실시, 공공부문의 대기배출사업장·건설공사장의 조업 단축을 시행했다. 그러나 발령 요건이 까다로워 미세먼지 나쁨이 잇따라 발생해도 차량 2부제나 조업 단축이 한 차례도 발령되지 않았다. 이달 초 기준을 완화한 공공부문 발령을 추가로 내놓았지만, 이 역시 공공부문으로 한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환경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백령도의 미세먼지 수치 중 1년 6개월 분량의 오류가 드러난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환경부는 홈페이지 전송 과정에서 프로그램 오류로 끝자리가 누락된 것이라며, 정책 입안(立案)에는 제대로 된 자료를 사용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 미세먼지 현황을 분석하는 수치부터 잘못됐는데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겠는가.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현재 어떤 규모로, 누구에게 악영향을 미칠지 정부는 가늠조차 못 하고 있다. 미래의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그동안 정부가 제시해 온 실질적인 대책은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뿐이었다.

미세먼지 배출원이 어디에 있는지, 성분은 무엇인지 등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 미세먼지 배출원 중 하나인 선박이나 건설 등과 관련된 국내 통계는 정확하게 잡혀 있지도 않다. 지역별로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얼마만큼 발생하고, 어디로 불어오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관리나 통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통해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하루 이틀 만에 나온 대책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분명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당장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하고, 국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을 벌여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9일부터 즉각 켠다…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는 이유 [해시태그]
  • [위기의 빈 살만] ① 네옴시티, 신기루인가...끊이지 않는 잡음
  • LTE 요금제, ‘중간’이 없다…같은 요금에 5G 6GBㆍLTE 250MB 데이터 제공
  • ‘20살’ 종부세 개편 초읽기…"양도·취득세까지 대개조 나서야" [불붙은 부동산세제 개편①]
  • 매크로 이슈 속 널뛰기하는 비트코인, 6만9000달러 선에서 등락 거듭 [Bit코인]
  • 대북 확성기 방송의 선곡은…BTS와 볼빨간 사춘기
  •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여동생이 올린 글…판결문 공개 원치 않는다
  • 엑소 첸백시 측 긴급 기자회견 "SM엔터 부당한 처사 고발"
  • 오늘의 상승종목

  • 06.10 13:05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770,000
    • +0%
    • 이더리움
    • 5,172,000
    • -0.27%
    • 비트코인 캐시
    • 660,500
    • +0.3%
    • 리플
    • 704
    • +1.15%
    • 솔라나
    • 224,400
    • +0.67%
    • 에이다
    • 621
    • +1.14%
    • 이오스
    • 995
    • +0%
    • 트론
    • 164
    • +1.86%
    • 스텔라루멘
    • 141
    • +0.71%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200
    • -0.38%
    • 체인링크
    • 22,620
    • -0.22%
    • 샌드박스
    • 586
    • +0.3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