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에 무뎌지는 여의도 증권가

입력 2016-11-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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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유출 파문과 최순실 게이트로 세간이 떠들썩하던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금융 사옥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잠적 닷새 만에 모습을 드러낸 조인근 증권금융 상근감사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였다.

증권금융은 다사다난한 여의도에서 ‘한적한 섬’으로 꼽힌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 특별한 이슈가 없고 상대적인 관심도도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증권금융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지난 9월 선임한 조 상근감사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3년 5개월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펜’으로 불리는 그가 어떤 식으로든 연설문 유출 과정에 연루돼 있으리란 추측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감사 선임 이래 출근을 게을리하지 않던 그가 하루아침에 잠적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조 감사를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하면서도 감사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당시 국감에 출석한 정지원 증권금융 사장은 “조 감사가 낙하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정 사장 역시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을 거친 전형적인 ‘관피아(관료+마피아)’다. 그가 조 감사를 낙하산이라고 인정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끌어내리는 꼴이 되는 셈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1일 선임된 양현근 부사장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이로써 증권금융의 핵심 보직은 모두 관피아 일색이다.

이는 증권금융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음달 2일 임기가 끝나는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후임도 낙하산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업계에서는 금융위나 기획재정부 인사 중 한 명이 낙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탁결제원 내부에서는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에 면역력 아닌 면역력이 생긴 것이다.

여의도 중심에 위치한 한국거래소도 낙하산 인사의 롤모델(?)이란 뒷얘기가 들린다. 거래소는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19일 만에 박근혜 후보 캠프 출신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초고속 내정했다. 정 이사장은 거래소 노조의 거센 반발로 취임식이 하루 늦춰지기도 했지만 결국 당당히 거래소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 7월 임명된 이은태 유가증권시장 본부장 역시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겪은 바 있다. 일시적인 홍역을 치르면 안락한 지위가 보장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사실은 관행처럼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에 여의도가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일이 지적하기도 번거로울 정도라 이제는 낙하산 아닌 인사를 찾는 일이 더 힘든 지경이다. “여기가 바로 관피아의 일자리 창출처”라던 누군가의 자조섞인 농담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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