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을 가다] 선진국도 포기한 바닷속에서 “심봤다”

입력 2016-06-02 13: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미얀마 가스전 개발현장 가보니…

해저 3km까지 파내려가도 없던 가스전

지층구조·지진파 자료 분석 마침내 발견

매장량 7억 배럴… 지난해 13억달러 매출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한 가운데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서부의 작은 마을인 짝퓨행 비행기를 타고 50여분, 다시 12인승 헬기를 타고 30여분을 날아갔다. 헬기가 가까이 다가서니 망망대해 속 우뚝 선 해상플랫폼이 위엄있는 모습을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 해상플랫폼은 포스코대우가 51.1%, 한국가스공사가 8.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얀마 뱅골만 해역의 A-1ㆍA-3 가스전에서 가스를 시추ㆍ생산하는 해저생산시설이다. 몸체인 탑사이드만 5층 높이(99m)의 2만6000톤 규모로 축구장만하다. 바다 밑에서 탑사이드를 지탱하는 지지대인 자켓도 높이 128m에 2만2000톤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포스코대우는 현재 미얀마 서부해안의 A-1광구 쉐(Shew)ㆍ 쉐퓨(Shwe Phye) 가스전과 A-3광구 미야 노스(Mya North)가스전 등에서 가스를 발견, 생산 중이다. 이들 가스전의 총 가채매장량은 약 4조Tcf(입방피트). 원유로 환산하면 약 7억배럴로,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년 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여기서 생산된 가스는 해저에 깔린 32인치 파이프라인을 타고 110km 떨어진 육상가스터미널로 운송된다. 육상터미널에 모인 가스는 가스량 계측, 성분검사를 마친 뒤 중국과 미얀마에 내수용으로 판매된다.

미얀마 A-1 광구는 동남아시아에서 2000년 이후 발견된 유전ㆍ가스전 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포스코대우(당시 대우인터내셔널)는 1997년 미얀마 정부의 제의를 받고 서부해안 가스전 탐사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로 이곳 가스전을 발견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가스 생산이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2003년 미얀마 북서부 바다 밑 3000m까지 파내려 갔으나 예상했던 가스가 나오지 않자 포기할지 말지까지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미얀마 해상의 지층 구조, 지진파 자료 등을 분석해 이 지역에 묻힌 가스지층은 구조 트랩(산봉우리처럼 볼록하게 올라간 구조)이 아닌 층서 트랩(대각으로 뾰족하게 치솟은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방향을 틀어 시추한 결과 드디어 ‘바닷속 금맥’을 캐게 됐다.

최종빈 포스코대우 석유가스운영실장은 “미얀마 서부해상은 1970년대 일본, 프랑스, 미국 회사 등이 배사구조에 7개 공을 뚫었는데도 실패해 20년 이상 해외자원개발업체의 관심에서 벗어난 곳이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해 결국 대형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은 워크아웃 상태에 놓여있었기에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탐사비 등을 지원하는 ‘성공불융자’도 사업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는 탐사를 포함해 4억5000만달러(약 5300억원)가 투자됐지만 지난해만 전체 13억달러(1조5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망성이 없다며 세계 유수의 자원개발업체들도 포기한 곳에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 기술력, 자원개발 의지를 발판으로 매출액의 대부분을 순이익으로 가져가는 알짜배기 광구를 확보한 셈이다.

짝퓨(미얀마)=전민정 기자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 4PM] "尹 대통령, 채상병 특검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
  • "이렇게 극적인 경기 처음"…'최강야구' 최강몬스터즈, 2024 개막전 짜릿한 승리
  • 민희진, 10일 어도어 이사회 연다…임시주총 의안 상정
  • "어버이날 쉬게 해주세요" [데이터클립]
  • 정부 "의대 증원 회의록, 작성 의무 준수…숨길 이유 없어" [상보]
  • 하루 이자만 수십억… 고금리에 대기업도 쓰러질 판 [고금리 직격탄]
  • 비트코인, 美 규제 움직임에 희비 교차…"조정 국면, 매우 건강한 신호" [Bit코인]
  • [기업탐구] SK하이닉스, HBM 패권의 무게를 견뎌라…‘20만닉스’ 갈 수 있나요
  • 오늘의 상승종목

  • 05.0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356,000
    • -0.16%
    • 이더리움
    • 4,306,000
    • -0.94%
    • 비트코인 캐시
    • 680,500
    • +2.25%
    • 리플
    • 758
    • -1.81%
    • 솔라나
    • 216,800
    • +0.14%
    • 에이다
    • 634
    • -2.16%
    • 이오스
    • 1,144
    • -2.39%
    • 트론
    • 168
    • +0.6%
    • 스텔라루멘
    • 155
    • -1.2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050
    • +0.39%
    • 체인링크
    • 20,320
    • -1.93%
    • 샌드박스
    • 623
    • -2.0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