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조마저 말 할 자유를 두려워 하는 시대

입력 2015-07-13 08:22 수정 2015-07-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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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자본시장부 기자

처음 기자 생활을 사회부에서 시작했다. 취재원 중에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많았다. 그들의 주장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월급 받는 사람’들의 권리와 부당한 대우에 대해 논리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전투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증권부로 부서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노조가 취재원 목록에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노조들은 사회부에서 만났던 노조보다는 온건해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노조는 역시 노조였다. 논쟁적인 이슈가 있을 때 목소리를 높이는 유일한 곳이었다. ‘노동’이란 단어에 위화감을 보내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직원들의 의견과 욕망이 솔직하게 투사되는 곳도 노조였다.

얼마 전 거래소 노조위원장이 새로 선출됐다. 출발부터 거래소와 각을 세웠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지주사 전환 및 IPO(기업공개)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강경하게 금융당국의 논리를 반박했다.

그런데 노조에 변화가 느껴졌다. 처음과 달리 위축된 모습이 보였다. 거래소 관계자를 만나 물어보니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경영진이 노조위원장과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다른 관계자는 노조위원장이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기자가 “그 전에도 노조 활동을 했고, 원래 사측은 노조와 각을 세우는데 너무 엄살 떠는 것 아니냐”고 묻자 관계자는 “이번에는 그 이상이다. 금융위에서 압박이 들어온다”고 짧게 답했다.

1970~1980년대 한국사회가 ‘말 할 자유’가 없었던 시대라면 요즘에는 ‘말 할 자유를 두려워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거나 보직이 변경되는 일이 다반사다.

노조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노조까지 권리를 주장하기 전 무의식적으로 검열하게 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반포된 ‘사목헌장’에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파업의 권리, 파업에 참여했다고 어떠한 개인적인 처벌이나 규제를 받아서는 안 된다(제68항)”고 명시했다.

카톨릭 교회에 큰 변혁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한 이 문헌은 1965년 12월 7일 반포됐다. 60년대 카톨릭 교회가 성찰했던 문제가 2015년에도 여전하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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