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무장병원·면대약국에 3조 넘게 축난 건보

입력 2024-05-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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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기관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2009년 이후 부당하게 빼내 간 돈이 3조400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어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5년간 부당 청구로 환수 결정된 기관은 1717곳이다. 환수 결정 금액은 3조3762억9600만 원이다.

건보 곳간을 거덜 낸 것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이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 운영하는 ‘불법 개설 기관’이다. 면대약국도 대동소이하다. 둘 다 개설 자체가 불법이어서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허위·부당 청구, 과잉 진료 등을 조자룡 헌칼처럼 휘두르면서 건보 재정을 축내고 있다.

당국은 불법으로 빠져나간 요양급여비 등을 전액 징수 추진한다. 하지만 환수 실적은 초라하다. 건보공단은 2009∼2023년 2335억6600만 원을 징수하는 데 그쳤다. 전체의 6.92%에 불과하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건보 곳간이 하이에나 떼의 먹잇감이 된 형국이다.

허술한 법망과 행정력 탓이 크다. 사무장병원, 면대약국은 행정조사나 수사가 개시되면 재산을 숨기거나 문을 닫는다. 2009∼2021년 환수가 결정된 불법 기관 1698곳의 96.3%인 1635곳이 폐업했다. 이 중 1404곳은 환수 결정 이전에 문을 닫았다. 당국은 즉시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닭 쫓던 개가 따로 없다.

관련 당국은 꾸준한 단속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제 수사권이 없어 제때 손을 쓰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건보공단이 요구하는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되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하지만 2020년 발의된 관련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해 집단의 반대, 특사경 권한을 둘러싼 논란, 정치권 무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법안 발의로 소임을 다했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특사경 기능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정치권과 정부를 설득하고 여론도 환기해 입법 관문을 돌파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정치권 또한 전향적으로 임할 일이다. 건보 재정을 5년마다 조 단위로 축내는 불법 통로가 있는데도 이를 막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건보 재정을 위협하는 것은 불법 청구 손실만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올해 1조4000억 원 적자를 시작으로 급속히 악화해 2028년 25조 원 규모의 적립금이 고갈된다. 2032년 예상 적자만 20조 원이다. 포퓰리즘 책임이 무겁다. 특히 재정 부담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전임 정부의 ‘문재인 케어’가 기름을 부었다.

더 늦기 전에 전면적으로 건보 재정 건전성을 살펴봐야 한다. 피부양자 기준 강화, 행위별 수가제도 개선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노인 인구 비율이 20% 넘는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있다. 인구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필수의료 강화 등의 과제도 결국 비용 문제를 키우게 마련이다. 철저한 검토와 보완이 없다면 미래 세대가 산더미같은 짐을 져야 한다.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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