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악화되는 기후경제, ‘통섭’이 필요하다

입력 2024-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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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탄소배출량 지속증가 미래 불투명
기존의 법·정책만으론 대응 못 해
사회 전분야 전문가 통합 접근해야

최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의 주 저자와 심사자들인 기후학자 8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 중 80%는 2100년 안에 지구 온도가 2.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그중 40%는 3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2100년에 유지하려고 했던 1.5도 상승 목표가 수십 년 내에 초과될 수 있다는 경고다. IPCC의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3도 상승하면 해수면은 1m 전후로 상승하고, 수억 명이 터전을 잃으며, 약 40억 명이 초고온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멈춘 몇 년 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화 이후 양적 성장과 물질주의에 빠져 지속적으로 탄소배출이 증가했던 것이 팬데믹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탄소배출이 줄어든 것이다. 이 시기에 강제적인 이동 제한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온오프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라는 새로운 상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었고,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팬데믹은 이전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서 지혜를 찾지 못하고 인류는 다시 이전의 성장 방식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 다시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미래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기존 상식을 깨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많은 정부와 기업들은 이를 과소평가하며 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측면에 깊숙이 관여하는 중대한 문제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한 예로 수출기업들은 지금까지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던 RE100, CBAM 등 용어도 생소한 국제사회의 새로운 규제로 인해 거래가 중단되거나 막대한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는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문제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자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도시의 위험은 이미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1m 내지 2m의 해수면 상승을 전제로 우리 국토의 전체 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대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안 도시를 포기하고 새로운 도시 계획을 세우는 등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의 법령이나 정책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며, 기술적인 대책은 물론이고, 인문학, 인공지능, 디지털, 사회학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정부도 모든 부처가 함께 새로운 상식을 창조해야 하는 통섭적인 접근이 필요한 일이다.

안타깝지만 지금의 지엽적인 대안들은 장기적으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는 점 또한 우리를 절망하게 만든다.

이럴수록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못하면 우리라도 먼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린전환(GX)을 적극 추진하면서 지구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인식전환(CX)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통섭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필요하다. 정부조직의 대대적인 개편 및 사회적 구조조정도 각오해야 한다.

이러한 도전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기대하게 한다. 하나는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시대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의 상식을 깨지 못하면 인류는 절망적 상황으로 치닫게 될 거라면,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일거양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잡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이 선택지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디스토피아를 만날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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