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기업은 봉’ 인식이 청년일자리 앗아간다

입력 2023-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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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조성에 지역민원 ‘봇물’
기부채납 갈수록 커져 투자 ‘발목’
기업인식 바뀌어야 일자리도 늘어

120조 원 넘게 투입되는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물값을 내라’며 수개월 지연시킨 지방자치단체장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지금 한국에서 청년들을 좌절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와 주택마련이다. 이 가운데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15~29세 까지 청년들 870만 명의 확장실업률은 20% 안팎으로 171만 명이 일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그냥 쉬는’ 청년만도 41만 명에 달한다. 청년들 중 16%만 정규직이라는 충격적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나머지는 알바나 단기일자리 등 비정규직이다.

이처럼 심각한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한 첩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투자환경 개선이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주요국들이 전략산업으로 육성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물값 문제로 수개월이나 공기를 지연시켜 수백~수천억 원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하니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 팔아 먹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 414만㎡(약 125만 평) 부지에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 4개를 짓고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50여 개가 입주하는 대형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이다. 1만7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188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고 있는 대규모 단지다. 이미 지역주민들과의 용지수용 협상에만도 수년이 경과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략산업이다. 미국 대만 일본 유럽에서 세금을 감면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가 짓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 공장은 2022년 4월 착공한 이후 ‘5년 걸릴 공사를 2년 내에 끝내겠다’는 목표하에 한밤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여주시를 지나는 남한강에서 공업용수를 끌어와야 하는데 사업 시행사는 지난해 6월까지 이와 관련한 인허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공업용수 관로가 지나는 여주시내 마을 4곳과 경로당 및 농기계 창고를 지어주고 농로를 확장해준다는 내용의 ‘상생 지원’ 합의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로 당선된 시장이 갑자기 인허가 절차를 중단시키고 중앙정부와 경기도 간에 그간 쌓여 있던 여주시 현안들을 다 해결해줘야 인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지정 ‘자연보전권역’ 해제 또는 관련 규제 완화, 여주시의 ‘K-반도체 벨트’ 포함, 능곡역세권 개발 사업 진행, 환경부의 여주시 하수도 정비 등을 요구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은 서울시로의 1400억 원 규모의 과밀부담금과 토지용도 상향 대가로 낼 예정인 공공기여금 1조7500억 원 등 공공부담금이 총 2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2021년 경기도 이천시 백사지구에 2000가구 규모 ‘이천 신안실크밸리’사업을 시행하던 신안건설산업은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전 교육청으로부터 230억 원이 넘는 기부채납을 요구받았다. 사업지와 2㎞ 정도 떨어진 기존 초·중학교의 증개축 비용에 더해 사업 완료 시 운영될 학생용 스쿨버스 비용도 신안건설산업 측에 요구했다. 아파트재건축 공공기여 부담도 갈수록 태산이 되어 재건축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요구도 갈수록 태산이다. 2013년 건설 계획이 수립된 고덕~서안성 송전선로가 송전선로 쟁점 구간 지중화, 공사비용 3900억 원 삼성 부담 등 타결로 10년 만에 준공됐다. 반도체 공장 송전선 건설에만 10년이 걸리는 나라다. 이래가지고 300조원 규모 삼성반도체, 15개 전략산업특구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과는 기업들의 해외투자 러시다. 통상문제도 있지만 강성노조와 높은 법인세 상속세 준조세에다 기업을 봉으로 인식하는 이 같은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한 기업들의 국내투자나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요원하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가 미국에 3만5000개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은 봉’이라는 민관인식이 시급히 개선돼야 청년일자리가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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