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 '신뢰'와 '불신'사이

입력 2023-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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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 했다. 평범하게 일하는 직원들은 자괴감까지 든다.”

최근 3000억 원에 달하는 BNK경남은행 직원 횡령을 두고 금융업계에선 푸념이 나온다.

1897년 최초의 상업은행인 한성은행이 생긴 후 126년 만에 최대 규모다. 횡령 직원은 투자금융부에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거액 횡령사고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으로 금융권은 통렬한 반성과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대형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GB대구은행에서는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불법으로 계좌를 개설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반복되는 사고로 은행권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객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내 돈을 맡겨야 하는 금융업은 신뢰가 기본이자 전부다. 굳게 믿고 의지한다는 뜻의 단어인 ‘신뢰’는 실종된 지 오래다. 지금의 은행은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만 팽배하다.

그동안 은행권은 보이스피싱 예방과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대규모 인력 채용 등 사회공헌을 위해 앞장섰다. 이 모든 활동은 고객신뢰를 위해서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는 일방적이고 일시적인 관계가 아닌, 지속적 동반자 관계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고금리로 이익만 좇는 은행을 우리는 고리대금업자에 비유하곤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로 주변의 경멸을 받았다.

고객 신뢰를 저버리고 불신의 길을 걷는다면, 은행을 보는 소비자의 눈엔 사악한 고리대금업자 이미지만 오버랩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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