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개발과 생산을 책임진 SUV ‘XM3’가 기대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두고 있다. 르노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어 회사의 경영 안정화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3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는 이날 기준 수출 물량을 누적 5만1749대 선적했다. XM3는 지난해 7월 칠레 수출을 시작으로 12월부터는 유럽 판매 물량을 생산해 수출했다.
올해 3월 XM3는 유럽 4개국 사전 출시 이후 6월부터 판매 지역을 28개 국가로 확대하고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XM3의 유럽 주요 국가별 누적 판매 대수는 △스페인 6245대 △독일 5785대 △이탈리아 4275대 △폴란드 4268대 △프랑스 1만9737대 △영국 1884대 △벨기에 1253대 등이다. 이는 르노삼성의 애초 예상을 웃도는 판매 성과다.
XM3는 유럽 출시 이후 디자인, 주행성능, 편의사양 측면에서 고른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 자동차 전문 매거진 ‘오토 모토 (Auto Moto)’가 올해 출시 차량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최고의 SUV’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1.3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함께 유럽에서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투입한 점이 호실적에 힘을 더했다. XM3 하이브리드 모델이 9월에 국내 친환경차 수출 모델 1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2위를 기록한 경쟁모델과의 격차는 1000대가 넘었다.
앞서 르노그룹은 올해 1월 새로운 경영전략 ‘르놀루션’을 발표하며 균형 잡히고 수익성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고 밝혔는데, XM3 하이브리드 모델도 그 계획의 하나다.
르노 그룹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품 부족 사태 속에서도 그룹 내 공급망을 활용해 XM3 수출 물량에 부품이 먼저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그룹이 해외 공장보다 부산공장에 반도체 물량을 우선 배정했다”라며 “XM3가 공략 중인 유럽 C세그먼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대체재가 많은 상황이라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도록 르노 그룹이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라 설명했다.
XM3의 수출 호조 덕분에 르노삼성은 완성차 업계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역성장한 10월에도 홀로 판매량을 늘렸다. 르노삼성은 XM3를 앞세워 경영 안정화와 흑자 전환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XM3는 르노삼성의 경영 안정화를 책임질 핵심 차종이다. 3년 전만 해도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을 연간 10만대 이상 만들어 수출했다. 회사 전체 수출의 8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은 물량이었는데, 지난해부터 이 물량 생산이 끝나자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70% 이상 급감했다. 르노삼성은 로그의 빈자리를 XM3로 채울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흑자 전환이나 경영 안정이 언제쯤 가능할지 확신하긴 어렵다”라면서도 “XM3의 해외 판매 상황이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