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신대륙을 찾아라

입력 2020-0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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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등 성장 잠재력 높은 동남아 투자…LG전자 미국에 세탁기 공장 준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말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의 첫 번째 동남아시아 생산거점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말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의 첫 번째 동남아시아 생산거점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유명 저서를 남긴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냉전이 끝나자 가장 먼저 동유럽으로 달려가 세계경영의 씨앗을 뿌렸다. 중남미, 중국, 베트남, 아프리카 등 당시 왕래도 드문 낯선 땅에 가장 먼저 진출해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알렸다.

투자 신대륙을 찾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은 무너졌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중국과 베트남은 싼 인건비와 우호적인 투자여건으로 국내 기업의 투자 1순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추세가 바뀌고 있다. 중국은 투자처로 매력이 떨어졌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동남아 중심의 경제 성장 등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기업들은 투자 신대륙 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는 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전 세계에서 연간 957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따라 국내 부품업체들도 현지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차에 자동차 시트 등을 공급하는 코오롱글로텍은 직접 진출 등 인도네시아 공장에 대한 부품 공급 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KCC와 한화첨단소재는 인도네시아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인근 공장을 활용할 방침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공장 계획이 발표된 지 초기라 부품 업체들이 아직 경제성을 따지고 있는 중”이라며 “인근 공장에서 우선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이 매력적이어서 수지 타산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델리/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델리/뉴시스)

삼성전자는 인도를 새로운 투자처로 낙점했다. 지난 2018년 7월 490억 루피(약 8000억 원)를 투자해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신공장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인도 스마트폰 생산량을 기존 2배 수준인 1억2000만 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인구 대비 가전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전 세계 제조사들이 ‘기회의 땅’으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1200여 명 규모의 현지 연구개발(R&D) 인력 충원에도 나섰다. 삼성전자에 채용된 인도 R&D 인재들은 벵갈루루, 노이다, 델리에 있는 3개의 삼성전자 R&D센터에서 인공지능(AI)과 딥러닝,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킹,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의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한다.

인도 스마트폰 신공장의 생산 전략에 발맞추기 위해 삼성 부품 계열사들의 현지 법인 설립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 인도 노이다 인근에 현지 법인 ‘삼성디스플레이 노이다’을 설립했다. 배터리 계열사인 삼성SDI도 지난 2분기에 인도 현지 법인 ‘삼성SDI 인디아’를 세우고 현지 배터리 생산에 돌입했다.

신흥국만 대상이 아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은 안보, 중국은 경제’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미 테네시주에 연 120만대 생산이 가능한 세탁기 공장을 완공했고,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 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공장을 지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말 미국 조지아주에 총 1조1396억 원을 쏟아부어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중동 지역 역시 투자 신대륙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우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두 번 만났다. 이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본 뒤 “탈(脫) 석유경제를 추진 중인 중동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Cairo) 市에서 만(M.A.N)社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LS전선)
▲LS전선은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Cairo) 市에서 만(M.A.N)社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LS전선)

아울러 국내 전선업계는 글로벌 틈새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며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이다. 대한전선은 쿠웨이트에 광케이블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중동ㆍ아프리카에 총 3개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됐다.

LS전선은 지난해 11월 이집트 케이블 전문 시공사 만 인터내셔널 컨트랙팅과 현지 생산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LS전선의 이집트 생산법인은 카이로 인근 산업도시에 자리하며 내년 말 공장을 완공, 가공 송전선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지도 변화와 국제 정세, 보호무역 등 다양한 이유에서 기업들이 신흥국이나 선진국 등 구분없이 투자 신대륙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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