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 치료의 발전에도 여전히 낮은 생존율에 머물고 있는 췌장암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 나서며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9일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0%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73.7%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저조한 수치다. 특히 원격전이 단계인 경우에는 2.4%로 턱없이 낮아진다.
췌장암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뿐이지만, 진단 시점에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항암제가 종양 내부로 잘 침투하지 못하는 반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전이 능력이 강해 항암 치료의 발전 속에서도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미충족 수요를 겨냥해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췌장암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인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의 전이성·진행성 췌장암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암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인 PARP와 세포 증식 및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차단하는 기전이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에서 발표한 임상 1b상 데이터에 따르면 2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네수파립과 기존 표준치료제를 병용 투여한 결과 객관적반응률(ORR) 53.8%, 질병조절률(DCR) 92.3%를 기록했으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4.2개월로 나타났다. 기존 표준치료의 글로벌 임상 성과는 ORR 23%, DCR 48%, mOS 8.5개월 수준으로, 네수파립 병용 요법은 2배 수준의 성과를 나타낸 셈이다.
특히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 환자의 40개월 이상 장기 생존 사례가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전이된 췌장암에서 완전관해 환자 1명은 2025년 12월 말 기준 40개월 이상 생존 중이며, 또 다른 환자 역시 24개월 이상 생존하고 있다. 분석 기준일 시점에도 4명의 환자가 암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투약을 지속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미도달(Not Reached)’ 상태를 유지했다. 발표된 생존기간 역시 미확정 데이터인 만큼 추적 관찰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기대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고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 2상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췌장암 과발현 표적단백질인 PAUF(Pancreatic Adenocarcinoma Up-regulated Factor)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신약 ‘PBP1510’의 임상 2a상을 추진 중이다. PBP 1510은 미국 FDA, 유럽의약품청(EMA),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회사는 총 32명의 임상 환자 투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30mg/kg 단독 투여 및 10mg/kg 병용 투여까지 용량제한독성 없이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투약 용량과 투여 전략을 검토 중이다. 올해 10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6)에서 임상 2a상 디자인과 글로벌 개발 방향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췌장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힘입어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췌장암 치료제 시장은 2024년 29억2000만달러(약4조3800억원)에서 2030년 58억4000만달러(약 8조76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