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돼지열병인데…중국은 '가격폭등' 한국은 '폭락'

입력 2019-11-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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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차단 성공했지만 불안감에 소비 심리 '뚝'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돈 직거래 장터'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돈 직거래 장터'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대거 퍼지면서 가격이 급등한 중국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방역 당국의 조기 차단으로 돼지고기 공급에 큰 차질은 없었던 반면 불안 심리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291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75원 대비 20.7%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창 발생하던 한 달 전에 비해서도 7.3%가 내린 가격이다.

소매가격도 내림세다. 냉장 삼겹살의 ㎏당 가격은 1만5240원으로 전년 1만8220원에서 16.4%가 떨어졌고, 지난달보다는 19.3% 내렸다.

이 같은 현상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난리를 겪은 중국과는 정반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9월 돼지고기 전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69%나 올랐다. 돼지 살처분이 이어지고 있어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근에는 일부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돼지고기 대신 개, 토끼 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초기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 백신이 없어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조기 차단으로 전국 확산이 방지되고, 추가 발생 없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자 가격은 급감했다.

가격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물량과 소비 절벽이다. 올해 국내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모두 1130여만 마리다. 이달 1일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모두 26만7425마리에 달하지만 전체 공급물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사육 마릿수가 많았던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직후 가격 급등 전망에 대해 당시 농식품부는 돼지 사육두수가 평년보다 많고 돼지고기 수입량과 재고량도 평년을 웃도는 만큼 가격 상승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급이 한꺼번에 몰린 것도 가격 급등에 영향을 줬다. 양돈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시행된 일시이동중지 명령으로 물량이 한꺼번에 풀린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이끄는 것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다.

지난달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돼지고기 소비를 지난해 10월보다 줄였다"고 답했다.

소비를 줄인 원인으로는 "돼지고기 안전성이 의심돼서"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고 인체에 해가 없다고 알려졌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소비를 막은 것이다.

이런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위축된 소비심리를 풀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소비자 불안감을 없애려면 돼지고기 안전성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통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 문제 해결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돼지고기 수출 방안 마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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