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투데이]저유가 경기효과 어디 갔나?

입력 2015-10-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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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저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경제가 기대처럼 돌아가지 않으니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롱우드대학(Longwood University)과 플로리다국제대학(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 연구팀은 유가가 오르면 주택 가격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휘발유의 월평균 가격이 갤런당 1달러 올랐을 때 주택 평균 판매가격은 4060달러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우리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유가가 ℓ당 100원 올랐을 때 주택 가격은 153만원 떨어진 셈이다. 유가가 오르면 건자재비 등의 원가가 오르니 주택가격도 오를 것 같은데 반대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팀은 유가상승이 구매자의 가처분 소득과 구매심리 등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원론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작 관심을 끈 부분은 부동산 에이전트의 심리와 행동 변화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대목이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휘발유 가격이 비싸면 차를 몰고 멀리 움직이는 것을 꺼려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주택거래가격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초보 에이전트(4년차 이하)의 경우 이런 현상이 심해 거래가격이 6600달러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베테랑 에이전트는 비싼 휘발유 값을 감당할 수 있는데 비해 초보 에이전트는 그렇지 못해 이런 현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중부 버지니아지역의 매매 리스트에 오른 주택 1만7122채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기간 동안 유가는 갤런당 1.11달러에서 4.12달러를 오르내려 주택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JP모건체이스연구소가 카드 사용자 26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유가 하락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How Falling Gas Prices Fuel the Consumer)’이란 보고서도 관심을 끌었다. 저유가로 지난 겨울 가계당 휘발유 소비가 전년 동기에 비해 월평균 22달러 줄었고, 이 가운데 80%를 외식, 백화점 쇼핑과 공연 관람 등에 지출했다는 내용이다. 이 평범한 보고서가 관심을 끈 것은 다른데 있다. 유가 하락폭으로만 계산하면 휘발유 소비가 41달러 줄어야 하는데, 그 절반 정도 밖에 줄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휘발유 값은 30% 하락했는데 지출은 16% 밖에 줄지 않은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국민소비지출 통계를 활용해 예측한 올해 가계당 평균 휘발유비 절감액 700달러(월평균 58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유가가 하락하자 고유가에 눌려있던 휘발유 소비량이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고급유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생긴 여윳돈을 저축하거나 다른데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란 예상이 깨진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로 해석하고 있다. 복권 당첨자가 돈을 마구 쓴 후 빈털터리가 되고 콩나물 살 때는 값을 깎으려 하면서 자동차를 살 때는 값비싼 네비게이션을 흥정하지 않고 사는 그런 심리를 뜻한다. 유가 하락으로 생긴 여윳돈을 공돈으로 여겨 아무 생각 없이 지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저유가의 경기 활성화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있었다. 공황의 여파로 소득이 크게 줄었는데도 유가가 떨어지자 고급휘발유를 중심으로 유류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그러니 정부가 저유가 활용정책이나 경기부양책, 복지정책 등을 펼 때는 이런 소비자 심리를 잘 파악해 지원분야를 정하고 세금 증감정책도 적절히 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정부 지원금이나 세금 절감분을 공돈으로 여겨 아무 생각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남진우 뉴욕 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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