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화합’으로 이룬 ‘힘’…28년 만에 모인 가야의 유물들

입력 2019-12-0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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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내년 3월1일까지 ‘가야본성-칼과 현’전

▲고령 금관 및 장신구 일괄 중 금관(국보 제138호). 높이 11.5㎝, 지름 20.7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고령 금관 및 장신구 일괄 중 금관(국보 제138호). 높이 11.5㎝, 지름 20.7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가야의 여러 작은 나라들은 저마다의 자연발생적 조건들을 존중하면서 520여년을 이웃으로 공존해왔습니다. 가야는 강자의 패권으로 전체를 통합하지 않았고, 언어와 문화의 바탕을 공유하면서 각국의 개별성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가야가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방식이었고, 멸망의 원인이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가 ‘가야’에 대해 쓴 글이다. 소설 ‘현의 노래’를 지은 김훈이 미리 읽어봤다. 이 글의 뒤에는 “가야는 중앙집권체제를 갖추었던 신라에 병합되어서 민족사로 편입됐습니다. 가야의 운명은 국가란 무엇이고 평화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라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마지막 특별전인 ‘가야본성-칼과 현’이 2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지난해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잇는 기획전시다. 가야를 주제로는 지난 1991년 문을 연 ‘신비한 고대왕국 가야’ 이후 28년 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는 “지금까지 발굴한 유적과 유물, 그리고 이를 토대로 새롭게 진전된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가야사의 역사적 의의를 새롭게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총 31개 기관이 이번 전시를 위해 문화재 2600여 점을 출품했다.

고대 한반도 남부에서 삼국과 520여 년을 함께 한 가야는 ‘철의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고, 여러 나라들로 나뉘어져 존재한 것으로 인식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91년 전시 이후 30년 가까이 축적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말탄 무사모양 뿔잔. 가야 5~6세기 높이 23.3㎝. 국보 제275호. 국립경주박물관.
▲말탄 무사모양 뿔잔. 가야 5~6세기 높이 23.3㎝. 국보 제275호. 국립경주박물관.

이번 전시의 부제는 ‘칼과 현’이다. 가야의 존재 방식이었던 공존과 공존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을 상징한다. 전시품의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대규모 전시다. 전시는 가야가 추구했던 공존과 화합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어떻게 수 백년간 공존할 수 있었지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양수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관은 “최근 발굴성과를 보면 가라국(대가야)이 남으로는 여수 고락산성, 서로는 지리산을 넘어 전북 장수 삼봉리와 남원 두락리에 이르기까지, 낙동강에서 섬진강에 이르는 여러 지역을 규합했다”고 밝혔다.

특별전은 공존, 화합, 힘, 번영 등의 주제로 프롤로그와 1~4부, 에필로그 등으로 진행된다. 남해안의 어느 바닷가에서 이루어진 수로와 허왕옥의 만남은 단지 신화와 설화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역사의 일부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1부 ‘공존’에서는 가야의 존재 방식인 공존을 소개한다. 공존했던 가야는 다양한 양식의 토기와 독특한 상형토기를 만들었고, 여러 이웃 나라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면서 교류했으며, 독자적인 대외관계를 유지했다. 최근 창원 현동과 함안 말이산 무덤에서 출토된 각종 상형토기를 비롯해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중국을 비롯한 북방유목민ㆍ왜ㆍ신라ㆍ백제ㆍ고구려 등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이 전시된다. 특히 다양한 가야 토기로 만든 높이 3.5m의 ‘가야토기탑’은 관람객들이 공존의 가야를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포인트다.

2부 ‘화합’에선 호남 동부의 남원, 순천 지역의 세력을 규합한 가야가 중국에 사신을 파견해 위상을 새롭게 하고 우륵의 가야금 12곡을 만들어 화합을 도모했음을 조명했다. 호남지역에서 새로이 소개된 가야 유적과 유물이 전시된다. 고령 지산동고분 금동관(보물 2028호) 등 대가야의 위상을 보여주는 각종 금동장식품과 위세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봉황장식큰칼, 가야 5세기, 길이 113.1㎝. 경상대 박물관.
▲봉황장식큰칼, 가야 5세기, 길이 113.1㎝. 경상대 박물관.

3부의 주제는 ‘힘’이다. 부제의 ‘칼’이 상징하는 철의 나라 가야의 힘을 여실이 보여주는 국보 275호 말 탄 무사모양 뿔잔과 철갑옷, 말갑옷, 각종 무구류를 전시하고 가야의 제철 기술을 소개한다. 그리고 사실적이면서도 새로운 디지인의 ‘가야 무사상’을 배치해 가야를 지켜 온 중갑기병들을 생생히 볼 수 있도록 했다.

4부는 4세기대까지 번영했던 가락국(금관가야)이 왜 주변의 여러 나라를 통합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중국-한반도-일본을 잇는 동북아 교역의 중심인 가야에 여러 나라의 사신과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철과 여러 특산물을 교역한 모습을 ‘번영’이라는 핵심어로 전시했다. 변한 시기부터 국제적인 교역망을 건설한 가야의 모습을 김해 대성동 고분 등에서 출토된 각종 교역품으로 보여준다. 창원 현동에서 출토된 배모양 토기는 당시 국제항로를 다니던 외항선 모습으로 가야인들의 해상 교역을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는 가야는 망했지만 가야의 유산을 안고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즉 가야의 디아스포라를 이야기한다. 최근 동해 추암동에서 출토된 가야 토기들은 가야 멸망 후 신라 영역이었던 강원 동해 지역까지 옮겨가 살아야 했던 가야인의 ‘디아스포라’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번 특별전은 부산시립미술관(2020년 4월1일~5월31일),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2020년 7월6일~9월6일), 일본 규슈국립박물관(2020년 10월12일~12월6일)에 순회된다.

▲김해 대성동 88호분에서 출토된 허리띠 꾸미개. 길이 8㎝(오른쪽). 대성동고분박물관.
▲김해 대성동 88호분에서 출토된 허리띠 꾸미개. 길이 8㎝(오른쪽). 대성동고분박물관.

윤온식 학예연구사는 “가야는 강자의 패권으로 전체를 통합하지 않았고, 언어와 문화의 바탕을 공유하면서 각국의 개별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라며 “이것이 가야의 존재방식이었고, 또한 멸망의 원인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가야는 500년 동안 작은 공간에서 여러 나라가 같이 발전했다”며 “공존과 평화를 추구한 가야라는 나라가 현대 사회, 미래 세대에 좋은 메시지를 던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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