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리를 죽인 우리 사회

입력 2019-10-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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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사회경제부 기자

가수 겸 배우 설리가 14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소식에 많은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소신있는 목소리로 주목받은 연예인이었던 만큼 그의 죽음에 우리 사회의 책임론이 따른다. 설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설리는 지난 6월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브래지어 착용은) 개인의 자유라 생각한다. 브라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다. 와이어 때문에 소화 기관에도 좋지 않다. 내게 브래지어는 그냥 액세서리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돼도 계속 주장을 펼친 이유에 대해서는 "무서워하고 숨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건 '이것'에 대한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틀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이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설리는 일명 '탈코르셋'으로 지칭되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그저 가슴이 처지지 않도록 모양을 잡아주는 속옷을 답답함이 싫어 입지 않았다는 그에겐 '늘' 성희롱성 댓글이 이어졌다. 언론 역시 선정적 보도의 대상으로 그를 활용했다. '노브라'가 선정적이고, 예의가 아니라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문화 규범이 날카롭게 작용했고, 기준이 됐다.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 사회적 소신, 용기 있는 움직임들은 수없이 손가락질 당해야만 했다.

우리 사회는, 설리의 죽음 앞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살 찐 그의 몸을 두고 희화화하거나 공개연애를 하던 그에게 던진 성희롱적 농담들을 한 번쯤 보거나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설리는, 아니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하고 순결해야 하며 섹슈얼하거나 예뻐야 한다. 이 고정관념이 투영된 이미지는 언제나 존재했다. 설리는 그렇게 조금씩 다쳐갔다.

'악플 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악플러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글이 이어진다.

과연 '악플'만의 문제일까. 설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논란'으로 규정지은 언론은 이번 일에 책임이 없을까. 무엇이 혐오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여성들이 자극적인 미디어와 우리 사회의 시선과 강박 속에 더이상 갇혀서는 안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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